경제·금융

연구원, 의료보험증 하나 없는 '파리 목숨'

BT 연구원들 "저임금에 4대 보험 혜택 없는 일용직 신세"<br>'과학계의 희망'은 빈말… 신분보장도 안되는 처지에 `절망'<br>"원천기술은 결국 연구원 손에" 최소한의 처우 보장 시급

"하루 12시간을 넘게 일해도 직장 의료보험증하나 없는, 말 그대로 일용직 신세입니다" `한국 과학계의 희망'이란 세간의 찬사와 달리 생명과학(BT) 연구자들은 자신들의 처지에 대해 `절망'이란 말을 먼저 꺼낸다. 박봉에 4대 보험 혜택도 없어 신분보장이 제대로 안된다는 것이다. 지난해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이 집계한 지난해 BT연구직 구인정보를 보면주요 BT연구기관인 대학과 병원(의대 포함)에 박사급 연구원의 평균 연봉은 각각 2천493만원과 2천604만원. 같은 해 대기업에 갓 입사한 대졸직원의 평균 연봉 2천899만원에도 못미치는 수치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의 기초의학 연구원인 S(24ㆍ여)씨는 "이곳의 석사급 연구원만 해도 한달 월급이 120만원 정도밖에 안된다"며 "이런 처우로는 부양가족이 있는가장이 순수 연구 쪽으로 일하기가 매우 힘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나마 있는 일자리도 대다수가 비정규직 이하의 처우다. 지난해 BRIC에 구인공고가 난 BT연구직 중 정규직 비율은 대학이 4%, 병원 및 의대 7%, 정부출연연구소 5%에 불과했다. 또 비정규직 중 많은 수는 의료보험 등 4대 보험 혜택이 없어 복지가 극도로 취약하다. BRIC의 집계에 따르면 비정규 BT연구직 중 4대 보험이 없는 경우는 2005년기준으로 64.4%에 달했다. ◇ "연구원 목숨은 파리 목숨" = 식품의약안전청에 3년여간 하루 일당 4만3천원을 받는 석사과정 연구생으로 있던 E(30)씨는 BT연구자들의 열악한 고용환경을 잘보여주는 예다. 1년 단위로 계약을 연장해주던 식약청측은 지난 12월 E씨에게 "2006년 연구사업비 중 인건비가 줄어 어쩔 수 없다"며 근로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E씨와 같이 계약이 끊긴 식약청 연구생들은 2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씨는 "아무 거리낌없이 사람을 내보내는 식약청측 처사에 상처를 많이 받았다"며 "늦게까지 화학 시약을 만지며 힘든 환경에서 일하는 상황인데 이처럼 신분조차보장을 못 받으니 처우가 열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교수 등 연구 책임자가 자신의 연구 과제 도중 참여 연구원들을 변경할 수 있는권한도 고용 불안을 부채질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연구원들은 통상 과제를 통해 인건비를 받기 때문에 교수가 정당한 이유없이 교체권을 악용하면 대책 없이 `밥줄'이 끊기는 피해를 당한다는 것이다. 서울 소재 대학 부설 연구소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있는 C(35)씨는 "교수 눈밖에 나 프로젝트에서 밀려나면 연구실을 완전히 떠나야 하는 처지가 된다"며 "어디다가 호소를 할 만한 곳도 없고 항의는 상상도 못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처우 개선" vs "현실상 어려워" = BT종사자들의 모임인 BRIC과 `생명공학 비정규직 연구원 모임'(cafe.daum.net/bioworkers) 등에서는 `최소한'의 처우 보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대학 등에서는 재정적 어려움 등을 들며 난색을 표하고 있어 향후 이를둘러싼 합의 도출이 시급한 상황이다. 비정규직 연구원 모임의 한 관계자는 "BT의 주요 `원천기술'은 결국 현장에서실험을 하는 연구원들이 갖고 있다"며 "이들을 한국에 두려면 우선 4대 보험 전면실시와 연구원 연금제 등으로 최소한의 생활 기반을 약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 "고용안정을 위해 교수들이 과제 참여자로 뽑은 연구원을 유학이나 병가 등의 특정 이유를 제외하고는 중간에 바꾸지 못하도록 교체권을 제한해야한다"고 말했다. 반면 교수 등 연구 책임자들은 과제당 연구비 규모가 대부분 5천만∼7천만 원대로 영세한 BT계에서 4대 보험 전면 실시나 연금 등의 혜택은 재정적 부담이 크다고호소하고 있다. 서울 소재 한 사립대의 생명과학 전공 교수는 "연구실의 고배율 현미경은 1년단위로 램프를 갈아주는데 이 부품 가격만 해도 1천만 원"이라며 "항상 빠듯한 예산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연구원) 처우 개선을 하려면 연구비 규모 자체가 커지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연구원 `교체권' 제한 요구에도 반론이 만만찮다. 지방 한 국립대의 생명과학과 교수는 "연구 책임자로서 능력 등이 잘 맞지 않는연구원을 교체하는 인력 재배치 권한은 인정해줘야 한다"며 "이를 지나치게 제한하면 연구 효율이 오히려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