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투자청 논의, 이런 식으론 곤란하다

정부 보유자산과 외환보유액 일부를 활용해 해외자산에 투자하는 `한국투자청` 설립을 놓고 논란이 분분하다. 투자청을 설립하면 해외투자를 통해 자금운용의 폭을 넓히고, 아울러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은 정부가 추진중인 동북아 금융허브 구축에도 촉진제 구실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반면 자산운용의 위험성이 높아지고,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지는 문제점을 야기한다. 또 정부의 입김으로 인해 오히려 더 비효율적으로 움직이게 될 가능성도 배제키 어렵다. 투자청 설립문제는 외환보유액의 적정규모에 대한 논란과 연관돼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1,500억달러를 넘어선 상태다. 통상 한 나라의 적정 외환보유액을 계산하는 가장 엄격한 기준은 1년 이내에 갚아야 하는 단기외채와 3개월치의 수입자금,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의 10%를 합친 금액이다. 이 계산대로 하면 1,100억달러내외가 적정하다. 하지만 금융시장이 불안하고 북핵 리스크가 엄존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더 많이 보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투자청의 주된 설립 목적이 외환보유고 운용에 있다면 굳이 이 시점에서 필요한지 의문시된다. 한은의 운용에 특별한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굳이 정부가 청을 만들 이유가 없다. 투자청의 또 다른 설립 목적인 국제금융시장에서의 `큰손`역할을 통한 한국의 위상제고를 위해서는 외환보유고에 국한하지 않고 재원을 보다 다양화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연기금에서 일정 부분을 가져오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연기금의 경우 사회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또 다른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투자청의 설립 필요성은 인정되나 그것이 단순히 외환보유고를 운용할 목적이라면 시급하지 않으며, 연기금 등을 포함한다면 한번 해 볼만 하나 대단히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투자청 논의가 외환보유고 운용에 국한되고,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간 힘겨루기 식으로 가서는 곤란하다. 특히 한국은행이 외환운용수익률을 공개하고 나선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처사다. 투자청 논의가 잘못됐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노력은 이해가 되나 이 자료에 환율관리를 위한 금액이 고스란히 나타남으로써 `환율조작`의 오해를 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직속 동북아위원회에서 투자청 설립 문제가 제기된 만큼 범부처적이고 포괄적인 차원에서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부처 및 기관이기주의를 철저히 배제해야 할 것이다. <정문재기자 timoth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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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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