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영남의 '외양간 풍경'(19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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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작가들이 전시회를 할 때마다 '발가벗고 남 앞에 서는 듯하다'고들 말한다. 근작 전시에 대한 부담이 이럴진대 하물며 어린 시절 그림을 내 놓는다는 것은 작가로서 웬만한 결심이 서지 않고는 쉽지 않은 일이다.
자연을 추상으로 표현하는 화가 박영남(57)은 국내 작가들이 결코 시도한 바 없을 듯한 '특별한' 개인전을 마련했다. 50여년 전 유년시절 크레용으로 그렸던 그림과 최근작을 함께 가나아트센터에서 20일부터 소개한다.
그는 "추상화가들의 근래 작품을 이해하려면 어릴 적 작품을 보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라며 "자화자찬하는 격이지만 지금의 박영남을 있게 한 귀중한 자료이며 구상에서 어떻게 추상으로 옮겨갔는지 그 단초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유년시절 작품을 공개하는 또 하나 이유는 많은 다른 부모들과 달리 아들에게 화가의 길을 권했던 돌아가신 아버지를 마음속으로 초대하기 위해서다.
그는 "사업가였지만 예술을 사랑했던 아버지는 초등학교 이후에 그림을 그리지 않았던 나에게 미술대학 진학을 권유했던 분"이라며 "대부분 작가들의 유년기 작품은 남아 있지 않지만, 이번 출품작은 아버지가 소중히 보관해 주셨던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에는 붓대신 손가락으로 그리는 '박영남표' 대작 추상화 40여점과 유년작 48점이 나란히 걸렸다. 원근법에 얽매이지 않고 대상을 과감한 색상으로 표현한 그의 유년 그림이 거대한 캔버스에 자연을 표현한 최근 추상화로 시간이동 해 온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추상이든 구상이든 작품은 단방에 눈길을 끌 정도로 인상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11월 12일까지. (02)720-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