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4인 대표자회의에서 극적 타결한 노동시장 개혁 최종 합의안을 14일 한국노총 중앙집행위원회가 받아들이면서 한국형 '하르츠 개혁'이 본격 시동을 걸게 됐다. 이번 노사정 대타협은 지난 1998년 정리해고에 관한 사회적 합의 이후 17년 만으로 이를 앞으로 어떻게 실행하느냐에 흔들리는 대한민국 경제의 명운이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경직된 노동시장 구조를 개선해 우리 경제가 재도약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실행돼야 할 과제로 크게 세 가지를 꼽는다. △자율적으로 조정하는 노사문화 안착 △연내 노동개혁 5대 법안 입법화 △인내를 갖고 꾸준히 개혁을 추진하는 일 등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 합의문 역시 의미 없는 종이쪼가리로 전락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우선 산업현장에서 이번 합의 정신을 실행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최근 신한은행 노사는 역량·직무경험 성과에 따라 임금피크 적용시기를 다르게 적용하는 차등형 임금피크제 도입에 합의했다"면서 "갈등이 있더라도 기업환경과 상황에 맞춰 자율적으로 조정해가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대타협으로 노사대결 구도에서 대화와 합의 구도로 전환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만큼 산업현장에서도 반드시 이 같은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동원 고려대 경영대학장은 "대기업 노조까지 합의의 가치가 전파되기는 어려운 구조지만 이번에 그 틀을 바꿀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면서 "이번 합의정신을 이어가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일반해고(공정해고)와 취업규칙 등 두 핵심 이슈에 대한 정부의 행정지침 마련과 함께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 파견근로 확대 등 5대 입법안 확정도 당면과제다. 이번 노사정 합의에는 이들 쟁점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없는 만큼 여야가 이를 제대로 조율해 입법화해야 노동개혁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아울러 노동시장 개혁이 가시적 효과로 이어지기까지는 수년이 걸린다는 점을 인식해 개혁방향을 일관되게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과거 독일과 영국 등의 국가들을 보면 실제 국민들이 체감하기까지 2~3년 이상 걸렸다"면서 "인내심을 갖고 개혁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네덜란드 하르츠 개혁의 경우 2002년 합의안을 도출한 뒤 3년에 걸쳐 시행됐으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의 바탕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