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간담회에서 나온 의제는 탄핵정국에 빠진 우리 경제가 나갈 나침반이라는 성격을 갖고 있다. 신용불량자 문제에서 폭설재해대책, 각종 세제지원에 이르기까지 우리 경제의 현안을 망라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조만간 발표될 서비스산업 활성화와 고용확대방안까지 포함하면 탄핵정국 아래 경제운용의 전반적인 그림이 완성된다고 할 수 있다.
◇경제정책 `빠르고 당당하게`=한국투신과 대한투신의 매각에서 신용불량자 문제 해법에 이르기까지 정책의 속도가 훨씬 빨라진다. 이 부총리는 연일 `탄핵으로 부담에서 벗어난 만큼 자유롭게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날 정의장과 간담회에서는 “재경부가 추진하려던 정책을 노무현 대통령이 `오해를 살 수 있다`며 오히려 말렸다”는 비화까지 소개하며 소신있게 정책을 추진할 뜻을 분명하게 밝혔다.
일각에서는 견제에서 벗어난 정부가 오버(over)하는 경우를 우려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주식투자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기금관리기본법을 개정하겠다는 점이 이런 경우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효과를 주는 측면도 있지만 뜻하지 않게 강해진 정책추진력을 바탕으로 숙원 현안을 처리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없지 않다.
◇민생대책 잇따른다=정부가 눈치를 살펴도 되지 않는 분위기와 선거를 앞둔 각 당의 주문으로 민생 현안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당장 충청ㆍ경북지역의 폭설농가에 대한 피해보상금 지급이 지연되고 시설개보수시 담보가 부족해 지원을 못받는 경우가 많았지만 해결책이 곧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제기된 쇠고기소비촉진을 위한 정부의 광고공사 공익광고활용방안도 현실화될 전망이다. 열린우리당에 선수를 뺏긴 격이 된 각 당의 경쟁적 정책발굴로 민생 경제대책이 잇따라 발표될 가능성도 높다.
◇특별소비세 조기인하도 적극 검토=이 부총리가 17대 개원 국회 때 제출할 법안으로 특별소비세 개편을 거론함에 따라 인하가 유력시된다. 특소세 인하는 당초 연말 세제개편을 통해 내년 중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내수부양을 위한 히든카드로 평가된다. 다만 시행시기등에 대해서는 일체 함구하고 있다. 특소세 개편방안이 거론될 경우 곧바로 판매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자동차가 특소세 인하의 대상에 포함되느냐가 핵심 관심사.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권홍우기자 hongw@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