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누엘 윔베르 에스테베의 초상' 100.2×65.5㎝, 1916년작. ⓒNational Gallery of Victoria, Melbourne, Australi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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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엘 윔베르 에스테베는 지난 1909년 즈음 고향인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떠나 프랑스 파리로 건너온다. 일러스트레이터로 잡지 '피카롤'에서 일했던 그는 스페인 카탈루냐 회화를 전시하는 '살롱 드 몽주익'이라는 연례행사를 운영하기도 했다. 아메데오 모딜리아니는 에스테베의 초상화를 두 점 남겼다. 같은 모델의 같은 포즈를 여러 번 그린 평소의 작업 방식대로다. 또 다른 그림은 상체만 나온 더 작은 크기다. 동일한 배경과 포즈, 심지어 모델의 넥타이 매듭까지 거의 그대로여서 단기간에 잇달아 그려진 것으로 보인다. 작품에서 모딜리아니는 그가 느낀 모델의 개성, 이를테면 길고 뾰족한 턱과 작고 살짝 휘어진 입술, 아래로 늘어진 눈 등을 더 강조한다. 섬세하고 예민한, 다소 강박적이기도 한 모델 표현을 보다 보면 모딜리아니가 에스테베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200년의 시차를 넘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