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대변혁] 증권업계 '생존게임' 거세진다

증권업계 '생존게임' 거세진다외국증권사 점유율 급속증가 국내업체 적극 대응나서 '적자생존(適者生存)' 국내증권사들이 지금 처해 있는 상황과 나아갈 방향을 적확히 표현한 말이다. 오직 강한 자만이 살아 남는 '정글의 법칙'이 갈수록 심하게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증권계는 지금 대외적으로는 외국계 증권사들의 공세를 방어해야 하는 동시에 대내적으로는 진흙탕싸움에 비유할 정도로 치열한 생존게임을 벌이고 있다. 여의도 증권가빌딩 가운데 상당수는 외국계로 넘어갔다. 현재 외국으로 넘어간 증권사는 굿모닝증권 서울증권 등 몇몇에 불과하지만 얼마가지 않아 외국명찰을 단 증권사들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미 돈이 될만하다싶은 자산운용사들은 상당수가 외국인들의 손에 넘어갔다. 상황이 이렇게되자 중ㆍ소형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생존해법찾기작업이 진행되고 있다.아직 표면화되진 않고 있지만 '서로 합치자'는 작업이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다. 대형증권사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외국증권사와의 제휴를 서두르고 있다. 살아 남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희생하겠다는 각오다. 외국계 증권사의 영업능력은 실로 가공(可恐)할 만하다. 지난 2000년 회계연도(2000년4월~2001년3월) 결산 결과 국내 증권사들의 세금을 공제하기전 실적은 3,442억원 적자였다. 그러나 19개 외국계 증권사들은 3,132억원의 흑자를 거뒀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증권사는 대부분 지점이 없다. 사실 본점 하나 뿐이다. 국내 44개증권사가 1,688개 지점을 통해 적자를 본 반면 외국증권사는 19개 점포로 그만큼 흑자를 거둔 것이다. 그만큼 국내증권사는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외국계 증권사들의 영업력은 이처럼 막강하다. 외환위기 직전 0.2%에 불과했던 외국계증권사의 시장점유율은 10%에 근접하고 있다. 이미 3분의 1이 외국계에 넘어간 은행처럼 증권업에도 외국계가 본격 진출할 경우 안방을 외국인에 내준 일본 증권시장의 전철을 밟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이 생존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외국계의 거센 공세를 그냥 쳐다만 볼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이 업계는 물론 정부내 관련부처에서도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우선 정부는 강한 한국증권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여ㆍ수신업무를 제외한 모든 업무를 취급하는 선도증권사가 나올 수 있도록 정책지원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경쟁력이 다소 뒤떨어지는 중ㆍ소형 증권사에 대해서는 특화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전략이다. 외국의 유명 증권사와 대항할 수 있는 한국의 대표주자를 키우겠다는 것이다. 증권사들도 경쟁력강화에 총력을 경주하기 시작했다. 부서통폐합과 과감한 인력감축을 이미 진행하고 있으며, 외국사와의 제휴, 사이버 등 특화영업에서 경쟁력 확보 방안을 찾고 있다. 우선 외환위기 당시의 뼈를 깎는 군살빼기가 무색할 만큼 조직을 축소하고 있다. 증권사 점포의 상징이던 대형전광판을 아예 떼어버리고 영업하는 지점도 생겨나고 있다. 신한증권 등 5개 중형증권사들은 사이버영업의 전산부문의 통합을 추진중이다.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했을 일이다. 그러나 풀어야할 숙제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대형사든 중소형사든 '대형 투자은행'만을 고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중형증권사의 사장은 "특정부문에 주력하는 특화전략을 구사하고 싶지만 '경쟁에서 뒤졌다'는 인상을 줄까 두려워 공식적으로는 밝히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투자자들의 인식과 체면 때문에 장기발전전략을 내세우기 어렵다는 얘기다. 한국증권연구원 노희진 연구위원은 "갈 길을 분명하게 정하지 않는다면 시장에서 존속하기 힘들어질 것"이라며 "체력과 체질에 맞는 특화전략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정작 큰 문제는 외국계 증권사의 시장잠식은 증권시장의 문제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가가 올라도 자금이 증시의 순기능인 산업자금화하지 못하고 해외로 빠져 나가는 국부유출도 문제지만 자본유출입 과정에서 환율이 출렁거리고 실물을 포함한 경제전체가 위기를 맞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시장의 개혁을 앞당기고 증권사들이 냉철하게 장기비전을 짜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증권산업에 대한 국내외 파고는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삼각파도는 난파선을 만들 수도 있지만, 그 파도를 헤친 배는 남보다 훨씬 빠르게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한국의 증권계는 삼각파도를 맞아 침몰하느냐, 아니면 전진이냐의 기로에 서 있는 셈이다. 권홍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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