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 방황하는 뭉칫돈

그럼에도 과열청약사태를 빚은 것은 다른 금융상품보다는 수익률이 나을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기대수익이 높으면 뭉칫돈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뭉칫돈이 떠도는 것은 대우사태 이후 고조된 금융시장 불안 탓이다. 환매사태를 겪은 투신사의 공사채형 수익증권에서 빠져나온 자금중 일부는 은행의 단기저축성예금에 집중되고 있다. 더 나은 투자기회가 나오면 언제라도 떠나겠다는 뜻이다. 주식시장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바람직하나 조정국면이 길어져 별로 매력적이지 못하다. 부동산도 세무조사의 여파로 꺼림칙하기는 마찬가지다. 더구나 파이낸스사 파동까지 겹쳐 일단 기다려보자는 대기성 자금은 급증하고 있다. 시중에 돈은 많은데 잘 돌지않고 있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배경은 여기에 있다. 그 부작용은 심각하다. 금리가 연중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고 주가는 한때 900선이 무너졌으며 원화가치도 급락하고 있다. 금융불안이 자금의 단기 부동화를 낳고 다시 그것이 금융불안을 더 가중시키는 악순환이다. 금융시장의 불안을 이대로 방치하면 실물경제는 위축되고 만다. 증시가 혼란에 빠지면 기업의 구조조정도 엄청난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 이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 무엇보다도 돈이 제대로 돌도록 물꼬를 터주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 투자자들에게 적정수준의 수익률이 보장되는 금융상품이 나오면 돈은 돌게되어 있다. 중산층이 건전하게 재산을 증식할 수 있다는 신뢰감을 주어야 한다. 이자소득에 대한 세율인하도 추진, 실질소득을 높여주는 방안이 병행되면 정책효과는 더 커질 것이다. 주식시장이 조정국면을 맞고 금리가 상승세를 타고 있는 상황에서는 채권상품이 대안이 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환매사태의 여파로 마비상태에 빠진 채권시장을 회복하는 것이 해결의 첫단추다. 채권형 사모펀드 및 근로자우대채권저축 등 세금우대상품의 신설 외에 무기명장기채의 허용도 검토해 볼만 하다. 무기명장기채의 도입은 금융실명제 훼손및 부유층에 대한 특혜시비 등의 문제점이 있는 만큼 신중할 필요는 있다. 그러나 공적자금의 투입을 줄일 수 있는데다 구조조정 자금으로만 활용한다면 단기적으로 별 무리는 없을 것이다. 단기 부동화되고있는 자금을 산업자금으로 끌어들일 대책이 정부의 금융시장안정대책에서 구체적으로 제시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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