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미 재무부·월가 대한분위기 호전

◎루빈 재무 “한국경제는 강력 건강한 성장 이룰것 DJ개혁안 깊은 인상”/FRB·6개은도 지원시사… 한국물값 상승【뉴욕=김인영 특파원】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워싱턴과 뉴욕을 연결하는 금융 채널이 바쁘게 움직였다. 이날 국제금융시장이 가장 주목했던 점은 한국 금융위기에 대해 강경 입장을 보였던 로버트 루빈 미 재무장관의 심기가 풀어졌다는 대목이다. 국제통화기금(IMF) 및 서방선진국이 한국에 1백억달러 조기 지원 방침을 결정하기까지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은 미국 재무부였다. 지난 주까지만 해도 한국의 태도를 강한 톤으로 비판해온 루빈 재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경제는 강력하며 그들이 다시 건강한 성장으로 되돌아가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우호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는 한국 지원 이유에 대해 『미국의 국가 이익이 걸려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지만, 한국 지원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바꾸었음이 회견 대목대목에서 읽혀졌다. 로렌스 서머스 재무차관도 『김대중대통령당선자측의 시장 지향적 경제개혁 공약이 광범위하고 강력한데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거들었다. 뉴욕 금융시장에서는 IMF 협상후 미국의 대한 강경입장은 루빈 장관의 돌아선 마음 때문이었고, 이를 푸는 것이 한국 금융위기를 구해내는 지름길이라는 견해가 유력했다. 루빈은 골드먼 삭스 회장시절 한국을 방문했을 때 재경원 관리들이 만나주지 않은데 대한 앙금이 남아있다는 설이 뉴욕 금융가에 정설처럼 나돌았다. 지난주 김만제 포철회장과 정인용 전부총리 등 한국의 경제특사가 루빈 장관 면담을 요청했으나, 그는 휴가를 이유로 면담을 거절했다. 미재무부의 입장이 바뀌자 워싱턴의 국제금융기관과 뉴욕 금융시장도 발빠르게 움직였다. IMF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한국과 미국의 합의를 추인, IMF와 13개 선진국들이 내년 1월초까지 1백억 달러를 조기 지원할 것임을 의결했다. 다국적 지원국에는 한미간 당초 합의한 선진 7개국(G7) 이외에 호주, 뉴질랜드, 벨기에, 네덜란드, 스웨덴, 스위스 등 6국이 추가됐다. 워싱턴의 눈치를 보며 한국 지원을 꺼려왔던 뉴욕 금융시장도 재무부의 입장에 호응했고, 윌리엄 맥도너 뉴욕 연준리(FRB) 총재가 주요 시중은행에 한국 지원에 협력할 것을 요청했다. 뉴욕의 금융회사들은 뉴욕 연준리의 말을 잘 듣는 편인데, 이 과정에서 뉴욕 연준리와 워싱턴의 재무부 사이에 긴밀한 연락이 오갔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체이스 맨해튼, 시티, JP모건, 뱅크 아메리카, 뱅커스 트러스트, 뱅크 오브 뉴욕 등 6개 은행은 이날 긴급 모임을 가졌다. 6개 은행은 성명에서 『한국에 대한 금융 지원은 한국이 단기 외채 문제를 해결하고 국제자본시장에 조기 복귀하도록 하는 최선의 방안』이라며 금융지원 재개를 시사했다. 이같은 움직임이 진행되자 월가 투자자들은 한국물을 찾기 시작했고 모처럼 한국물들이 일제히 상승했다. 산업은행 채권의 가산금리는 전날보다 2백50∼3백bp떨어진 6백∼6백50bp에 거래됐고, SK텔레콤(11.76%), 한전(6.41%), 포철(0.36%) 등 한국 DR(주식예탁증서) 가격이 모두 올랐다. 한국계 은행들은 서울에서 열린 한미 외환협상을 통해 김대중 당선자와 클린턴 미행정부가 신뢰를 형성했으며, 금융 외교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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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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