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월 29일] 남의 일 아닌 日 백화점 침몰

"남의 일이 아니죠." 27일 일본 도쿄 심장부인 긴자(銀座)지역 세이부(西武) 백화점 유라쿠초(有樂町)점이 수도권 도심부 내 백화점 중 최초로 올해 말 폐점을 선언한 소식을 접한 국내 주요 백화점 관계자의 언급이다. 이제까지 전통적인 백화점 강국으로 군림하던 일본의 최근 상황은 꾸준한 매출 신장률을 보이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국내 백화점 업계에 내심 꽤 큰 충격을 준 듯하다. 전체 점포의 90%는 '울며 겨자 먹기' 식 적자영업을 지속하는 것으로도 알려진 일본 백화점들은 현재 도미노 폐점사태로 신음하고 있다. 세이부 백화점 유라쿠초점 외에도 올해에만 전국적으로 9개 점포가 문을 닫을 예정이다. 이에 따라 지난 1999년 311개로 최고치를 기록했던 일본 백화점 점포 수도 지난해 말 271개까지 줄어들었다. 일본 백화점 몰락에는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거품경제 붕괴에 따른 1990년대 '잃어버린 10년'간의 장기침체 속에서 생존을 위한 혁신에 나서지 않았던 업체들의 오만함이 도를 넘었기 때문이다. 최근까지 이어지는 내수 부진과 디플레이션에 유연하게 대처해야 함에도 명품 등 고가제품 판매에만 주력해 '100엔숍'과 중저가 SPA 브랜드가 인기를 끄는 최신의 유통경향을 외면한 것이 대표적이다. 국내 백화점들이 들으면 뜨끔해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국내 주요 백화점들은 지난해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전년 대비 8.7%의 신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백화점들의 매출 상승에 결정적 공헌을 한 것은 명품 등 고가 제품류로 일본 백화점의 현실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여기에 저가의 실속형 상품을 무기로 내세운 온라인쇼핑몰의 고속성장세도 백화점 업계에는 위협이 되고 있다. "당장의 우리 업계 상황은 일본 과 많이 다르지만 일본처럼 장기 경기침체에 빠질 경우 국내 백화점의 생존도 위험할 수 있다"는 업계 관계자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상황인 것이다. 계속되는 일본 백화점의 몰락을 국내 백화점들은 결코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러한 사례를 반면교사(反面敎師) 삼아 백화점 업계는 최근의 실속, 합리적 소비 트렌드를 적극 반영, 매장 상품구성과 질 높은 서비스 제공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이는 업태 간 구분을 넘어선 무한경쟁 시대에 돌입하고 있는 국내 유통시장에서 앞으로 백화점의 생존을 좌우할 문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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