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힘모아 다시뛰자] (5)우리증시 우리힘으로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번다`는 속담은 지난해 우리 증시의 자화상이다. 지수가 500선에서 800선까지 올라섰고 삼성전자ㆍ포스코 등 대표주들이 40%이상 상승했지만 그 과실은 전적으로 외국인에게 돌아갔다. 외국인들은 25조원의 차익에다 3조원 가까운 배당수익까지 더해 100대 상장기업의 지난해 순이익보다 더 많은 돈을 증시에서 챙겼다. 반면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오히려 손해를 봤다. 지난 98년 증시가 외국자본에 전면 개방된 이후 국내 기업의 미래가치를 높게 평가한 외국인들이 그동안 꾸준히 주식을 사들인 점을 감안할 때 외국인의 막대한 시세차익과 배당금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반대로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증시에서 발을 뺐고 기관은 원금보전과 단기 차익에 급급했다. 물론 외국인의 주식투자가 늘어나면서 주가가 크게 올랐지만 이에 못지않는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상장기업 시가총액의 40%를 쥐고 있는 외국인이 단기 차익을 노린 매매를 반복하거나 무리한 고배당을 요구할 경우 증시는 요동을 치고 기업은 투자 여력이 줄어들어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기업성장에 따른 과실이 고스란히 외국인에게 넘어가면서 `국부유출`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국 5대 뮤추얼펀드중 하나인 푸트남은 지난 2년 동안 삼성전자 주식에 투자해 1조원 이상의 차익을 챙겨 떠났고 지난 99년 말 미국계 헤지펀드인 타이거펀드는 SK텔레콤에서 1조원 안팎의 시세차익을 거둬 국내 시장을 빠져나갔다. 최근에는 GMO펀드가 현대그룹과 KCC의 지분 경쟁을 이용해 150억원(수익률 100%) 상당의 차익을 남겼다. 또 뉴브리지캐피털(제일은행ㆍ하나로통신), 칼라일(한미은행), 론스타(외환은행), 소버린(SK) 등 외국계 펀드들은 굵직굵직한 상장사를 헐 값에 사들인 뒤 차익을 낼 시기만 기다리고 있다. 증권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기업 성장의 과실을 너무 쉽게 해외에 내주고 있다며 국내 기업을 믿고 투자하는 풍토가 조속히 정착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박현주 미래에셋증권 회장은 “IMF이후 글로벌스탠더드에 몰두해 해외기업의 사례만 강조했을 뿐 국내 기업의 성장과 구조조정 노력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폄하했다 ”며 “삼성전자ㆍ현대차 등 국내 대기업들의 위상과 수준은 이미 글로벌스탠더드 이상일 뿐만 아니라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올라서 세계시장에 코리아스탠더드라는 말을 만들어 가고있다”말했다. 박 회장은 이어 “외국인의 매수세에 기대서 증시 상승을 바라기보다는 국내 투자자들이 국내 기업의 미래를 믿고 투자하는 풍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아스탠더드를 바탕으로 국내 투자자들의 자산운용전략도 이제는 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국내 투자자들의 지나친 위험자산 혐오증은 주식시장의 안방을 외국인에게 내줬고 `대박심리`는 주식시장을 투기판으로 전락시켰다. 전문가들은 국내 대표기업들의 실질적인 주인이 외국인으로 바뀐 이유를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패턴에서 원인을 찾는 것도 이 때문이다. 외국인들은 우량주를 저가 매수 후 장기 보유한 반면 국내 투자가들은 고가 매수 후 저가 손절매라는 악순환을 거치며 시장에 단기 대응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외국인의 연 평균 지분율이 50%를 넘는 삼성전자ㆍ포스코ㆍSK텔레콤ㆍ현대차ㆍ삼성화재ㆍ신세계 등 6개 우량 종목을 90년 1월3일부터 2003년 12월31일까지 13년간 장기 보유했다면 배당금을 빼고도 유ㆍ무상 증자와 주가 상승 등으로 투자원금은 17배 이상 늘어났다. 같은 기간 채권에 투자해 연평균 10% 정도의 세후 수익률을 올렸다면 3.6배의 원금이 늘어난 것과 비교해 주식투자가 5배 이상의 초과 수익을 낸 것이다. 주식을 철저히 외면하고 원금에 집착하며 채권에만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이 참고해야 할 통계다. 정부도 국내 투자자들이 증시로 돌아올 수 있는 여건을 제대로 마련해 줘야 한다고 증권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지난해 부동자금의 증시유입을 위해 만든 KELF(코리아ELF)가 자금 조성단계에서부터 실패한 것과 같이 시장의 기본적인 흐름을 읽지 못하는 어설픈 처방은 정책에 대한 신뢰만 떨어뜨릴 뿐이다. 특히 외국계 투기자본의 대항마를 키우겠다며 제시한 사모주식투자펀드(PEF) 육성방안도 탁상공론식 토론에만 매달릴게 아니라 서둘러 규제를 풀어 결과물이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년만 빨리 PEF가 출범했다면 난항을 겪고 있는 LG카드 매각문제도 깔끔하게 처리됐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이제 외국인에 의해 주가가 오르는 비이상적인 증시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외국투기자본에 맞설 수 있는 국내 자본을 적극 육성하고 중장기 투자문화도 조성해 `우리 증시를 우리 힘으로`키우는 증시구조를 갖춰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현수기자 hs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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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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