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 외화유동성 위기감 고조

북한 핵 문제와 SK글로벌 분식회계 사건 등의 여파로 은행들의 외화차입 여건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오는 6월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외화채무가 모두 60억달러에 달해 외화유동성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정상적인 신디케이션(공모) 방식의 중장기차입(1년 이상)이 사실상 불가능해 지자 해외 금융회사에 구걸하다시피 해서 겨우 자금을 조달하거나 단기차입을 통해 갚는 등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30일 금융당국 및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권이 오는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 간 갚아야 할 외화차입금이 장ㆍ단기를 합쳐 60억달러에 달하며 하반기에도 중장기자금만 63억5,000만달러의 만기가 몰려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에 대해 “외국계은행들이 국내은행을 불신하는 상황에서 앞으로 차입금 만기가 집중적으로 몰려 있어 외화유동성 관리에 초비상이 걸린 상태”라며 “시장상황이 더 악화되면 일부은행은 한계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외국계은행들이 신규대출과 만기연장을 기피하면서 3개월 미만 단기자금의 가산금리(스프레드)가 지난해 말에 비해 최고 0.4%포인트 정도나 높아졌으며 중장기 자금은 금리와 상관없이 정상적인 차입이 어려운 실정이다. 한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날 `최근 외화유동성 상황 및 대외지급능력에 대한 판단과 시사점`이라는 정책포럼 자료를 통해 “외화자금 사정이 급속히 악화될 수 있는 상황에서 `단기 대외채권이 단기외채보다 많다`는 것 만으로 외화유동성에 문제가 없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경고하면서 “정부가 환율의 신축적 변동을 수용하면서 외화자금 시장을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등의 정책수단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진우기자, 김홍길기자 ra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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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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