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싸늘한 객장… "쳐다보기도 싫어"

"임계점 넘었다" 허탈… 지점들 "고객보기 송구"<br>지점 직원 자살·항의집회 등 겹쳐 종일 어수선

10일 서울 여의도의 한 증권사 객장을 찾은 투자자들이 온통 파란색으로 물든 시황판을 바라보고 있다. /김동호기자

“보유하고 있던 주식 전량을 처분했습니다.” 10일 오후2시 하나대투증권 여의도지점에서 만난 한 50대 남성 투자자는 “당분간 증시 관련 뉴스는 쳐다보지도 않을 생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성의 영역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폭락장이 이어지자 투자자들이 실낱같이 남아 있던 믿음마저 버리며 객장을 떠나고 있다. 공포가 엄습한 증권시장에는 침묵만 남아 있다. 장중 한때 1,200선까지 무너지며 극도의 패닉 상태를 보인 이날 객장은 싸늘했고 증권가 안팎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어수선했다. ◇임계점 넘자 싸늘한 침묵만=현주미 굿모닝신한증권 명품PB센터장은 “현재까지는 특별히 다른 날에 비해 문의전화나 방문고객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며 “(다른 날에 비해) 오히려 싸늘하다”고 전했다. 코스피지수가 1,500선 아래로 떨어진 뒤 ‘과매도’ 국면이라는 인식 아래 환매를 자제하며 근근이 버텨온 투자자들도 이날 1,200선이 무너져 내리자 숨을 멈췄다. 그동안 버텨온 한계선을 넘었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싸늘하게 식어버린 투자자들을 직접 상대해야 하는 증권사 지점장들 역시 할 말을 잃었다. 한경준 한국투자증권 여의도PB센터 차장은 “급락 때마다 향후 반등시 분할매도가 손실을 보전하는 길이라고 설득하고 있지만 매번 과락을 거듭하다 보니 서로 간에 믿음이 없어진 상황”이라며 “고객을 대하기가 갈수록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최근 급락장 때마다 저가매수를 노리던 투자자들도 사라졌다는 게 증권사 지점장들의 전언이다. 남명우 하나대투증권 평촌지점장은 “1,300선이 무너질 때까지만 해도 저가매수를 노리며 들어왔던 고객들이 이날은 자취를 감췄다”고 전했다. 장중 한때 개인들이 4,000억원 넘게 순매수한 데 대해서도 최인호 동양종금증권 금융센터 신사지점장은 “단타를 노리고 들어온 단기 모멘텀 플레이어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지점 직원 자살 등 어수선한 소식 이어져=투자자와 증권사 모두 할말을 잃은 하루였지만 증권가 안팎에서는 어수선한 소식이 이어졌다. 이날 A증권 강남지역 영업점에 근무하는 유모(32)씨가 서울대 인근 한 모텔 객실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유씨는 최근 금전손실 문제로 고객들에게 시달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내년 초 결혼을 앞둔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파생상품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입은 고객들이 판매은행에 몰려가 항의집회를 벌이기도 했다. 최근 불완전판매 문제로 도마 위에 올랐던 ‘우리파워인컴’ 파생상품 투자자들이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 몰려가 집회를 벌였다. 증권가에서 대화통로로 많이 쓰이는 메신저에는 전날 미국 다우존스지수 마감수치인 8,579(팔오칠구)를 ‘팔어친구’로 빗댄 유머가 회자돼 쓴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장 초반 발동된 사이드카로 거래가 지연되는 사태도 벌어졌다. 이날 오전9시6분 발동된 사이드카가 해제된 뒤 밀렸던 매도주문이 쏟아지면서 약 2분간 거래가 지연됐다. 증권선물거래소(KRX)의 한 관계자는 “사이드카 발동 이후 밀렸던 호가가 쏟아지면서 시스템이 지연됐다”며 “주목폭주로 호가접수가 지연된 것이지 시스템상 에러가 발생한 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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