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원론의 상실/서정대 중기연 연구위원(여의도 칼럼)

한보의 부도와 그에 따른 파장으로 온 나라가 벌집쑤셔 놓은 것처럼 떠들썩하고 뒤숭숭하다. 그 피해는 결국 일반 국민들의 몫이며, 그 여파로 인해 중소기업은 쑥대밭이 되어 정부에서는 종합대책까지 발표하고 나섰다.비단 이번 사태 뿐만 아니라 그 이전에 일어난 큰 사건들이 거의 대부분 원칙을 무시한 결과로 발생한 일들이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모든 사회과학은 원론부터 시작한다. 원론이 기본이기 때문이다. 이 원론들은 다양한 이론들로 구성되어 있으나, 이들은 결국 사회현상을 기초로 하고 있으며, 다양한 이론들은 다만 그 보는 시각이 다소 차이가 날 따름이다. 우리가 이처럼 원론을 통해 다양한 이론을 배우는 목적은 그 이론들이 과거와 현재를 바탕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미래에 일어날 지도 모르는 일에 대처하기 위해서이다. 따라서 이론, 원론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사회에도 우리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원칙 또는 규범이 있고, 이들을 지키고 유지하기 위하여 법과 제도가 있는 것이다. 불행스럽게도 우리사회에서는 이러한 원칙과 규범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계층이 소위 말하는 사회의 지도층에 있는 사람들이며, 법과 제도도 바로 이들의 손을 거쳐 만들어진 것이다. 이들의 행동이 주목을 받는 많은 이유중의 하나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들이 우리사회를 이끌어 나가고 누구보다도 솔선수범해야 할 위치에 있기 때문에 이들의 잘못된 행위에 대하여 평범한 사람들의 분노를 사게 되는 것이다. 「가정맹어호」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즉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더 사납다는 뜻으로, 가혹한 정치는 백성들에게 있어서는 호랑이에게 잡혀 먹히는 고통보다 더 무섭다는 말이다. 요즈음 세상에는 지도계층의 잘못에 대해서 냉소를 보내고 이제는 아예 그러려니 하고 애써 무관심해지려고 한다. 서로가 서로를 믿으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더 무섭다. 이제는 제발 원론대로, 원칙대로 하자. 그래서 과거와 현재를 통해서 미래를 예측 가능케 해야 한다. 한꺼번에 힘들다면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라도 시작 해야 한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우를 범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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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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