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민주당이 9일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전격 발의함에 따라 끝내 헌정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탄핵 정국이 도래했다.
노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표결이 어떻게 나타날지는 아직 불투명하지만, 발의자체만으로도 정국에 미치는 영향력은 메가톤급 위력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총선을 불과 한달여 남긴 시점에서 2야의 탄핵안 발의는 여야간 대치국면을 한층 고조시키면서 총선전이 사실상 노 대통령에 대한 신임과 재신임을 묻는 국면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탄핵안, 실제 통과될까 = 이날 탄핵소추안 발의에 서명한 의원은 한나라당 108명, 민주당 51명으로 총 159명이다. 탄핵안이 실제 통과되기 위해서는 재적의원(270석)의 3분의 2 이상, 즉 180석을 확보해야 한다. 탄핵안 발의에 동의한 159명외에도 탄핵안 통과를 위해서는 추가로 22명이 찬성표를 던져야 하는 셈이다.
의원재적수 270명 가운데 한나라당(144)과 민주당(62) 의원수를 합치면 206명으로 겉으로 보기엔 탄핵하기에 충분한 의석수다. 그러나 당내 속사정을 들여다 보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한나라당의 경우 비서명한 36명 의원 가운데 소신으로 반대를 한 의원들이 대략 10여명, 공천반발한 의원들이 10여명, 그외는 구속수감중인 의원들이 7명이다. 민주당의 경우 서명하지 않은 의원 11명중 구속중인 의원들이 2명, 나머지는 소신에 따른 반대다. 특히 추미애, 설 훈 의원이 강한 반대를 표시, 서명에 응하지 않았고 나머지도 같은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 10명을 보유하고 있는 자민련 역시 당론으로 탄핵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정해놓고 있어 탄핵표결시 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결국 현 상황에 비춰 탄핵안 통과가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탄핵정국, 누가에게 유리할까 = 탄핵 정국이 여야 어느쪽에 유리하게 작용할지는 단정하기 쉽지않다. 더욱이 탄핵안이 의결되느냐, 아니면 부결로 결론이 나느냐에 따라 각당의 이해득실도 크게 갈릴 수 있다.
우선 탄핵안이 발의만 되고 여권의 물리력 저지에 부딪쳐 처리되지 못하거나, 부결될 경우 탄핵안 발의를 주도한 2야 지도부는 상당한 상처를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한나라당의 경우 대표 경선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탄핵안 발의에 부정적 입장이었던 소장파들의 목소리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도 한ㆍ민 공조의 틀로 완전히 접어들었다는 점에서 호남 유권자들의 반한나라당 정서 극복을 숙제로 안을 수 밖에 없게 됐다.
탄핵안이 실제로 가결됐을 경우 엄청난 후폭풍이 예상된다. 우선 노 대통령은 당장 권한이 정지되면서 고 건 총리가 직무를 대행하는 상황을 맞게 된다. 여권은 이를 `사실상의 헌정중단`이라고 말하고 있다. 청와대가 이날 탄핵안 발의 직후 긴급 수석비서관 회의를 소집한 것도 탄핵 발의 시점부터 나타날 수 있는 이같은 파장을 최소화 하면서 법률적.정치적 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반면 야권은 고 총리의 직무대행으로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며 우리 사회가 그 정도쯤은 견뎌내지 못할 구조는 아니라고 반박한다. 여하튼 탄핵안 가결은 친노(親盧)대 반노(反盧)의 대결국면을 첨예화 시키면서 이번 총선은 지난 대선의 `재판(再版)`형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박동석기자, 안의식기자, 김민열기자 everest@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