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케이맨제도 "조세피난처 오명 벗자" 헤지펀드·운용대표 명단 공개 추진


카리브해의 케이맨제도가 '불법적인 조세피난처'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동안 철저히 비밀에 부쳐온 헤지펀드 명단을 공개하기로 해 글로벌 금융시장에 파장이 일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7일(현지시간) 케이맨통화청(CIMA)의 제안서 자료를 인용해 "CIMA는 케이맨제도가 비밀금융 거래지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이곳에 등록된 수천개의 헤지펀드와 자금운용 대표 명단을 공개하기로 했다"며 "이를 위해 정밀조사를 벌이겠다는 내용의 제안서를 각 사업자들에게 통보하고 오는 3월 중순까지 의견을 조율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제안서에 따르면 CIMA는 사상 처음으로 이곳에 본거지를 둔 헤지펀드 업체의 정보를 파악해 일반에게 공개할 계획이다. 헤지펀드 운용 책임자들의 명단도 포함된다. CIMA는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헤지펀드 운용자들의 신뢰도도 조사할 방침이다.


이번 작업에는 다른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ㆍ저지ㆍ바하마·맨섬 금융당국 및 아일랜드 중앙은행도 참여하기로 했다. CIMA의 자료에 따르면 케이맨제도에 본거지를 둔 헤지펀드 수는 9,438개이다. 2,951개의 헤지펀드가 등록돼 있는 또 다른 조세피난처인 버진아일랜드보다 3배나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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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명단공개가 성사될 경우 다른 조세피난처들의 명단공개가 잇따르면서 헤지펀드들의 설 자리도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조세피난처에 등록된 기업과 자산가들은 세금을 내지 않고 이름 등 관련정보도 공개하지 않는다. 하지만 비밀주의로 일관하다 보니 탈세와 불법적인 재산 은닉처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밋 롬니 전 공화당 대선후보도 조세피난처 중 하나인 버뮤다에 재산을 숨겨놓았다는 의혹에 시달렸다. FT는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전세계 대형 연기금 등의 불만이 폭주하면서 이번 명단공개로까지 사태가 확산됐다고 보도했다.

헤지펀드들의 운용성과나 투자내용 등이 베일에 가려져 있다 보니 더 이상 대규모 자금을 맡길 수 없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영국의 대형 연기금을 헤지펀드에 중개해온 에르메스BPK 운용책임자 빈센트 반데브루케는 "우리는 헤지펀드 운용의 투명성 제고를 요구해왔다"며 "책임자가 투자내용을 충분히 검토하지도 않고 무턱대고 도장만 찍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문승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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