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미분양 11만호… 폭등은 없을듯/주택­97부동산 대전망

◎공급감소·대선겹쳐 완만한 상승 예상/건설시장 개방영향 주택정책 변화가능성 ‘주목’올해는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얘기가 많이 들린다. 지난 몇년동안 바닥을 치던 집값이 이제는 서서히 상승곡선을 그리며 움직이리라는 것이 부동산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실제로 최근 집값이 조금 오른 것도 사실이다. 지난해 여름 내내 전세값이 오르다가 이제는 집값이 꿈틀대고 있는 것이다. 주택수요자들로서는 걱정이 앞선다. 이제는 집을 마련해야 되는 것일까. 올 한해 주택시장의 흐름을 점검해본다. ◇ 집값 전망 결혼한 지 3년째인 한모씨(32·회사원)는 지난해말에 집을 장만했다. 한씨는 결혼 이후 내집마련을 구체적으로 생각해본적이 없었다. 집값이 올라가지 않는 상태에서 굳이 집을 사야 할 이유가 없었다. 직장 가까운 곳에 전세를 살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최근 서울과 수도권지역의 아파트값이 한겨울에도 올라가는 것을 보고 마음을 굳혔다. 97년에는 집값이 많이 오를 것이라는 주변의 얘기도 한몫을 했다. 실제로 지난해말 서울과 수도권지역에서는 집값이 올랐다. 분당신도시의 경우 일부 대형 아파트값이 지난 가을에 비해 최고 1억원 뛰었다. 서울도 강남구개포동, 양천구목동, 노원구상계동등 아파트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지난 가을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국토개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전국 1천여명의 중개업자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1.9%가 「올해는 집값이 지난해보다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하락을 예상한 사람은 29%에 불과했다. 부동산랜드의 김태호사장은 『집값은 사실 지난 94년부터 오르기 시작했다』며 『올해는 6%정도 상승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물론 국토개발연구원 고철박사의 진단처럼 『지난 80년대와 같은 부동산값 폭등현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완만하기는 하지만 집값이 올라갈 것이라는데 대해서는 대부분의 부동산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있다. ◇집값 상승전망의 배경 올해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은 무엇을 근거로 제시되고 있는가. 우선 통계자료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주택은행의 도시 주택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6월을 제외하고는 매달 집값이 올랐다. 지난해 11월까지의 상승폭은 1.4%로 지난 95년 한해동안의 변동폭 -0.2%와 비교하면 과연 집값이 올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건설교통부가 조사한 전국의 땅값 상승률은 지난 95년 4분기 0.20%에서 지난해 1분기 0.22%, 2분기 0.24%로 계속 높아졌다. 3분기에는 0.21%로 다소 떨어졌지만 대도시 주변과 주요 개발예정지역의 땅값 상승폭은 매우 크다. 미분양아파트가 줄어든다는 것은 주택수요가 점차 커지고 있음을 나타내는 반증이다. 지난해 10월말 현재 전국의 미분양아파트는 모두 11만1천9백69가구. 4개월째 줄곧 줄어들고 있다. 16만여가구에 달했던 미분양아파트가 급속도로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선거도 주요 이슈다. 대선이 있는 해에는 어김없이 집값이 움직였다. 올해 대선에서도 시중에 풀린 유동자금이 부동산으로 흘러들 가능성은 무척 높다. 정부의 부동산 관련 억제책들이 최근 잇따라 풀리고 있는 것은 그런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대선에서의 한표를 생각할 때 앞으로 각종 규제의 빗장이 열릴 가능성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다. 수도권 신도시에서의 주택공급이 마무리된 이후 마땅한 주택공급원이 없는 것도 문제다. 지난해말 김포사우택지지구에서 공급된 5천여가구의 아파트는 모두 전례없는 인기를 끌며 완전분양됐다. 입지만 괜찮으면 수도권의 대형 개발택지는 집값 안정에 공헌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그러나 이 역할을 할 수 있는 유망 공공택지는 드물다. 올해 아파트분양이 가능한 택지는 약 17개 지구로 7만5천여가구를 수용할 수 있다. 그러나 입지여건을 볼 때 주택수요자들의 관심을 끌만한 곳은 용인수지2, 기흥영덕, 고양탄현2지구등 몇 군데에 불과하다. ◇주택업계 현황 집값이 오르는 것은 공급보다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공급은 주택업체가 한다. 그러나 주택업체의 올해 경영기조등을 보면 주택공급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주택공급실적은 매년 감소하고 있다. 주택건설자원인 주택업체의 택지매입실적을 보면 올해 주택공급규모를 전망해볼 수 있다. 지난해 주택업체들의 택지매입실적은 저조하다. 지난해 2만평 이상의 땅을 매입한 업체는 현대산업개발, 남광토건, 대우건설, 대림산업, 현대건설, 쌍룡건설, 우방등 6개사에 불과하다. 95년의 12개사인 것과 비교하면 반으로 줄었다. 삼성, 동아, LG, 벽산등 일부 대기업들은 거의 사들이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살 땅이 없기 때문이다. 사업성이 갈수록 떨어지기 때문이다. ◇주택수요자 대책 새집은 공급이 줄고 헌집은 값이 올라간다는 것이 올해 주택시장의 대세다. 자금여력이 있으면 집장만을 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충고다. 집을 마련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아파트분양가는 이제 거의 시세에 근접하고 있다. 새집이라는 점 외에는 매력이 별로 없다. 청약통장은 더이상 도깨비방망이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아직 남아있는 수도권 유망 택지를 노려볼 것』을 권하고 있다. 교통 편한 수도권지역의 소형아파트를 전세를 끼고 사두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정부의 잇단 규제방침으로 썰렁했던 재개발·재건축아파트도 다시 인기를 회복하고 있다. 사업이 거의 확정된 일부 재개발·재건축아파트 가운데는 어느 정도 시세차익을 노릴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대출제도를 자기 능력껏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신규 아파트를 분양받게 되면 대부분 은행융자를 좋은 조건으로 받을 수 있다. 지난해 새로 생긴 주택할부금융사를 이용하면 장기융자도 원하는 만큼 받을 수 있다. 서두를 필요는 없다. 건설시장 개방과 맞물려 분양가자율화등 전반적인 주택정책의 변화가능성이 어느 때보다도 많은 해다. 최근 발표된 아파트재당첨 제한기간의 단축과 서울 및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에서의 분양가자율화등은 주택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올해는 주택시장의 환경변화를 예의주시하면서 신중히 내집마련전략을 짜야 할 것같다.<한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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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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