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상승으로 장롱 속 금붙이들이 대거 시장에 쏟아져 나오면서 세계 금 무역지도가 바뀌고 있다.
2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세계 최대의 금 수입국 인도는 지난 2월 한달간 금을 전혀 수입하지 않았다. 2위의 금 수입국인 터키는 수출국으로 바뀌었고 베트남, 태국 등 전통적인 수입국 역시 수출국으로 변신했다.
이처럼 전세계 금 무역 흐름이 바뀐 것은 금 값이 오르자 일반인들이 보유중인 금을 시장에 내다팔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금 투자열풍에도 불구하고 최근 금 가격은 온스당 900~950 달러의 박스권에서 맴돌고 있다.
FT에 따르면 인도의 2월 금 수입량은 전무했고 1월에는 극소량에 그쳤다. 이는 인도 금 시장이 자유화된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뭄바이금협회에 따르면 인도 내에서 충분한 양의 금이 시장에 유입되고 있어 굳이 금을 수입할 필요가 없다.
귀금속 컨설팅 업체 GFMS의 가르지 샤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인도의 금 소매상들은 매주 평균 10킬로그램의 금을 팔고 1킬로그램 정도의 금을 사들였지만 지금은 판매량이 0.2킬로그램으로 줄고 매입금은 8킬로그램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현지 무역상에 따르면 아시아 국가들의 금 수출량이 급증했다. 홈콩의 한 귀금속 무역상은 "아시아 국가들은 지난 1분기 한달 평균 70톤의 금을 수출했다"면서 "이는 광산에서 새로 채굴되는 금의 40%에 이른다"고 말했다.
올들어 가파르게 치솟아 한때 온스당 1,000달러를 넘어섰던 국제 금 가격은 최근 열흘동안 930달러 선에서 횡보하고 있다. UBS런던 사무소의 귀금속전략가인 존 레드는 "이 같은 현상은 장롱 속 금붙이 거래량이 새로 생산된 금 규모를 훨씬 능가하는 것을 말해준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