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수출우선" "시장우선" 氣싸움

[거시경제 툴의 딜레마 3제 <2>환율]<br>환율방어론 "수출채산성확보 위해 당국개입 필요"<br>시장우선론 "인위적으로 올리면 구조조정 늦어져"

"수출우선" "시장우선" 氣싸움 [거시경제 툴의 딜레마 3제 환율]환율방어론 "수출채산성확보 위해 당국개입 필요"시장우선론 "인위적으로 올리면 구조조정 늦어져" • 금리"인상"vs"인하" 得失논란 ‘환율 개입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환율정책을 둘러싼 정책 당국자들의 공방이 치열하다. 아직까지는 환율 개입 타당성을 주장하는 재정경제부가 압도적인 힘의 우위를 점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행과 민간 및 관변 연구소들이 반발하고 있는 양상이다. 그러나 하반기 수출둔화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데다 재경부가 외환시장 안정용 채권 발행규모를 늘리는 한편 발행한도까지 대폭 늘리는 등 다량의 ‘실탄’을 장전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향후 재경부의 외환시장 개입의 정도가 더 강력해질 수 있으며 이 경우 환율 방어에 대한 견제의 목소리는 한층 가열될 가능성이 높다. 환율 방어 찬성론자와 반대론자들은 우선 현재 환율 수준에 대한 인식 자체가 판이하게 다르다. 최중경 재경부 국제금융국장은 현재 환율과 관련, “국내 평균 기업이 겨우 채산성을 맞추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는 원ㆍ달러 환율이 적어도 현재의 달러당 1,160원대 안팎에서 더 떨어질 경우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환율 방어 반대론자들의 이야기는 다르다. 이영균 한은 부총재보는 “올들어 현재까지 발생한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 수준을 감안하면 올 초보다 3% 가량 오른 원화가치 수준은 저평가돼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 상반기 경상수지 흑자는 132억2,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150%나 증가했다. 또 경제침체를 해결하기 위한 최우선 과제에 대한 인식도 다르다. 주로 재경부측 인사로 구성된 환율 방어 찬성론자들의 최우선 정책과제는 ‘수출확대’다. 내수가 실종된 상황에서 그나마 유일한 버팀목인 수출마저 흔들리면 경제 전반에 큰 파장이 불가피하다는 것. 최 국장은 “다리 한쪽(내수)이 부러졌다고 성한 다리(수출)를 마저 부러뜨려 균형을 맞출 수는 없지 않느냐”며 환율 방어를 옹호했다. 반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리 경제를 살리는 길은 기업들의 ‘체력’을 키우는 것이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소화력이 부족하다고 ‘이유식(환율 방어를 통한 가격경쟁력 제고)’만 먹이면 기업들이 제대로 성장할 수 있겠냐는 것. 박재환 한은 부총재보는 “수출기업들이 환율 때문에 앉아서 돈을 번다면 구조조정을 하려고 하겠느냐”며 “환율을 인위적으로 올리면 기업들의 구조조정도 늦춰진다”고 강조했다. 박 부총재보는 “일본의 경우 과거 달러당 300엔대에서 현재 100엔대로 떨어져도 무너지지 않았다”며 “한국은 반대로 IMF 전 800원대였던 환율이 지금은 1,100원을 넘고 있다”며 환율 개입이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KDI) 금융경제팀장 역시 최근 대기업과 수출기업 중에도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한계기업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고 “인위적인 지원보다 한계기업은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기업의 구조조정이 이뤄지면 증시도 자연스레 살아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환율 방어에 따른 비용발생에 대해서도 인식차이를 보인다. 최 국장은 국내에서 높은 금리로 외평채를 발행해 낮은 이자의 외국채권에 투자하는 데 따른 이자손실이 갈수록 불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이는 기회비용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부총재보는 “최근 환시채 발행 규모는 조금 과도한 감이 있다”며 “이는 결국 납세자들의 부담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외환시장 안정용 국채 발행잔액은 지난 2002년 말 15조8,000억원에서 2003년 말 28조6,000억원으?급증한 데 이어 올 연말에는 정부가 설정한 한도액이 모두 소진될 경우 48조6,000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올해 외환시장 안정용 국채 발행한도를 당초 9조원에서 20조원으로 11조원을 늘린 데 이어 내년에는 28조5,000억원을 증액해달라고 기획예산처에 요청하고 있다. 이처럼 통화안정증권과 외환시장 안정용 국채 발행이 늘면서 연간 이자부담만도 6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더불어 시장 개입으로 인한 왜곡된 가격이 한꺼번에 반영될 경우 막대한 비용을 치러야 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박 부총재보는 “환율정책은 증시ㆍ금리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지금 외국인들이 삼성ㆍ현대차 주식을 사는 것은 원화 저평가에 대한 기대도 작용한 것으로 만약 왜곡된 (원화)가격이 한꺼번에 조정받게 되면 그 비용은 엄청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역시 “최근 외환시장의 기 싸움에서 재경부가 승리했지만 항상 이길 수는 없다”며 “환율 변동의 진폭을 완화하는 정도는 괜찮지만 방향성 자체를 변동시키려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윤혜경 기자 light@sed.co.kr 입력시간 : 2004-08-04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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