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사회대타협, 더 미룰순 없다] 아일랜드 빈곤 퇴치 기관 '가난과의 전투'

무담보 소액 대출등 통해 소외계층 구제·자활 지원<br>전액 정부 예산으로 운영<br> 1986년 17%달하던 빈곤층 2006년말 6.9%로 떨어져

서울로 치면 명동쯤 되는 아일랜드 더블린의 그래프톤 거리에서 몇 블록만 지나면 인적이 드문 바곳 거리가 나온다. 그래프톤에서는 활기가 넘친다면 바곳에는 동전 한 닢을 원하는 걸인들의 모습이 적지않게 눈에 띌 정도로 스산하다. 겨울바람이 매몰차게 불어오는 영하의 날씨에 엄마 등에 업힌 채 추위로 새파랗게 질려 있는 서너 살 된 아이의 모습은 취재진의 마음마저 우울하게 만든다. 조계연 주아일랜드 대사관 서기관은 “아일랜드의 국민소득이 5만달러를 넘는다고 하지만 실제 생활 수준은 그 정도에 미치지 못하는 듯하다”고 귀띔했다. 사회 대타협과 적극적인 외자 유치로 경제위기에서 벗어나 20여년 만에 ‘셀틱 타이거’로 부상한 아일랜드지만 고도성장의 그늘을 말끔히 걷어내지는 못한 듯싶었다. 이 나라는 소외계층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고 있나. 궁금증을 풀기 위해 찾아간 곳이 ‘가난과의 전투(Combat Poverty Agency)’. 가난했던 과거와 여전히 존재하는 빈곤층에 자존심이 상했던 탓일까. 아일랜드가 법으로 제정한 빈곤퇴치기관의 명칭에는 국가의 강한 의지가 절실하게 담겨 있다. 이 기관은 아일랜드 사회부처의 독립부서로 지난 1986년 설립됐지만 본격적인 활동은 1997년 아일랜드 4차 사회협약(파트너십 2000) 때부터다. ‘파트너십 2000’은 고용 창출이나 경쟁력 제고라는 국가 현안에 밀린 소외계층들의 구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캐빈 오켈리 사무국장은 “가구 소득이 중간소득계층의 50%에 미치지 못하면 절대빈곤층으로 분류한다”며 “설립 당시 빈곤층 규모는 17%에 달했지만 2006년 말에는 6.9%까지 떨어졌다”고 말했다. 빈곤층을 더욱 줄이기 위해 이곳에서 마련 중인 대책은 ‘마이크로 크레디트(Micro Creditㆍ빈곤층을 대상으로 한 무담보 소액대출)’. 오켈리 사무국장은 “금융 소외계층이 돈을 빌릴 수 있다면 그것이 빈곤 탈출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난과의 전투’는 100% 정부 예산으로 운영된다. 이 같은 형태의 정부기관은 다른 유럽 국가에서는 찾기 힘들다. 그만큼 아일랜드 정부가 소외계층 지원에 팔을 걷어붙였다는 얘기다. 사회협약을 맺을 때마다 빈곤 문제는 항상 중요한 의제로 다뤄진다. 연결선상에서 ‘가난과의 전투’는 사회협약을 주관하는 국가경제사회협의회(NESC) 대표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자문하는 한편 긴밀한 협조도 구한다. 특히 관심을 끌었던 것은 아일랜드 빈곤층의 발생 경로. 이 나라에서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사람들은 장애가 있거나 이혼 등으로 직업과 육아를 함께 할 수 없는 가정, 또는 연금 수혜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노인 등이 대부분이다. ‘직업을 갖고 있는 빈곤층(working poor)’은 없다. 오켈리 사무국장은 “일을 하는데 어떻게 빈곤층이 될 수 있냐”며 “일자리가 있으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회시스템 구축을 위해 국가 차원의 노력과 사회구성원 간의 합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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