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투기' 등급 부도율 급등..환란후 최고

한기평 22.0%, 한신정 12.2%, 한신평 10.4%

내수 침체 장기화로 중소기업의 경영사정이 악화되고 은행들이 돈줄을 죄면서 투기등급 업체의 부도율이 급등했다. 12일 한국증권업협회가 집계해 공시한 2004년 신용평가 3사의 평가실적 자료에따르면 신용평가 3사의 투기등급 업체 부도율은 모두 두자릿수를 기록했다. 특히 한국기업평가로부터 등급을 받은 전체 투기등급 업체 수는 모두 50개였으며, 이 가운데 11개 업체가 부도처리돼 부도율이 22.0%에 달했다. 이는 72개 투기등급 업체 중 부도업체가 2개에 그쳤던 2003년의 2.78%에 비해 19.22%포인트나 급등한 수치며, 2개 중 1개 기업꼴로 부도처리된 96년 이후 최고치를나타냈다. 한국신용정보가 투기등급으로 분류한 41개 업체 중에서는 5개가 무너져 부도율이 12.20%로 98년(16.67%) 이후 가장 높았다. 한국신용평가도 투기등급을 부여한 48개 기업 중 5개가 부도처리되면서 부도율이 10.42%로 급등, 역시 98년(19.15%) 이후 6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신정, 한신평의 2003년 투기등급 부도율은 각각 6.45%, 2.63%에 그쳤다. 한기평 정진희 연구원은 "경기 침체로 경영이 어려워진 것이 신용도가 낮은 기업 부도의 가장 큰 원인이며 여기에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금 회수 강화로 유동성압박이 커졌기 때문"이라며 "특히 중소 IT 업체들의 부도가 눈에 띄게 많았다"고 말했다. 한국채권평가 김신근 평가팀장도 "부도율이 높아진 것은 시장 자체의 문제"라며"IT 경기의 버블이 꺼지고 내수 침체가 지속된데다, 금융권이 신바젤협약과 관련 대출금 회수를 강화한 영향이 가장 크다"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이어 "이제 투기등급에 남은 기업들은 더 이상 공모 회사채를 발행할수 없어 만기가 돌아오면 부도를 맞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급등한 부도율은중소기업들이 처한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일부 평가사들은 신용등급 양극화에 따라 부도율 산정 공식에서 `분모(分母)'에 해당하는 투기등급 업체 수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며 따라서 부도율 급등이큰 의미는 없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한신정 김영섭 연구원은 "부도업체가 크게 늘지 않았음에도 전체 투기등급 기업수가 급감한 것이 외형상 부도율을 키운 원인"이라며 "따라서 부도율 급등은 큰 의미가 없고 경기적 영향도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한신평 박상용 연구원도 "투기등급 업체 수가 급감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부도 원인을 살펴보면 경기 요인보다 신규사업 실패 등 개별적 사유가 많았다"고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훈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