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제조업체들 원화절상 '2중고'

수출줄고 외화부채 환산익 세금 무려 7,000억원화절상으로 제조업체들이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원화가치가 계속 올라가면서 수출과 채산성이 나빠지는데다 외화부채를 안고 있는 기업들은 외화환산이익이 발생, 실현되지도 않은 이익에 대해서까지 세금을 물어야 할 판이기 때문이다. 상당수 제조업체들은 현재 달러 등 외화로 표시된 부채를 안고 있다. 원화환율이 떨어지면 원화로 환산한 이익이 발생해 여기에 대한 세금을 내야 한다. 이들 업체 입장에서는 실제로 이익이 나 돈이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장부상으로 발생한 이익에 대해 거액의 세금을 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원ㆍ달러 환율 하락과 함께 이들 제조업체의 수익성이나 현금흐름(cash flow)은 크게 악화될 수밖에 없다. ▶ 외화환산이익에 대한 세금 7,000억원 육박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001년 말 현재 국내 제조업체들의 외화부채는 55조원, 외화자산은 30조2,000억원에 이른다. 이에 따라 제조업체들의 순외화부채는 24조8,000억원에 이른다. 원ㆍ달러 환율이 떨어지면서 외화부채를 원화로 환산한 이익도 늘어나게 된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엔화나 유로화로 표시된 외화부채도 있지만 기업들의 외화부채는 90% 이상이 달러화로 표시된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원ㆍ달러 환율 하락과 함께 원화환산이익도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올들어 원ㆍ달러 환율이 10% 하락함에 따라 제조업체들의 외화환산이익은 2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제조업체들은 환산이익이 생겼다고 좋아할 형편이 못 된다. 외화환산이익은 그저 장부상의 이익일 뿐이다. 그래서 돈은 한푼도 들어오지 않는다. 현행 기업 회계기준에 따르면 외화환산이익은 그해 결산에 모두 반영할 수밖에 없어 제조업체들은 6,750억원(법인세율 27%)의 세금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 이월결산금 공제기간 확대 등 대책 시급 가뜩이나 원화환율 하락에 따른 매출 및 채산성 감소로 고전하는 상황에서 실현되지도 않은 장부상의 이익에 대해 막대한 세금을 내면 제조업체들의 수익성이나 현금흐름은 크게 악화될 수밖에 없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영업활동이 아니라 그저 환율하락으로 발생한 장부상의 이익에 대해 이처럼 막대한 세금을 물게 되면 기업의 재무안정성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현재 5년으로 규정된 이월결산금 공제기간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월결산금 공제기간을 늘리면 그 기간 중 원화환율이 다시 상승할 경우 외화환산손실이 생겨 기업들이 외화환산이익에 따른 세금부담을 줄일 수 있다. 신승관 무역연구소 연구위원은 "최근 조사에 따르면 4개 수출기업 가운데 3개사는 최근의 원화환율 하락으로 수출이 최소한 4%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여기에 실현되지도 않은 외화환산이익에 대해 세금을 내게 되면 수출에 주력하는 제조업체들은 큰 타격을 입게 될 것 "이라고 지적했다. 정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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