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감원, 생보사 감독 갈팡질팡

"지급여력 재고에 재보험 활용말라" 경고후한달도 안돼 "각사 자율 따라 결정" 말바꿔 생보사의 지급여력비율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의 보험감독 방향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달 초 지급여력비율을 높이기 위한 생보사의 재보험 계약에 대해 '엄중 주의'를 촉구했으나 '생보사 지급여력비율 편법 제고'와 관련해 논란(본지 28일자 1ㆍ3면 참조)이 일자 "생보사의 재보험 계약은 각 사의 경영전략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라며 생보사들을 감싸는 데 급급한 모습이다. 금감원이 이처럼 갈팡질팡하는 것은 사전적ㆍ예방적 감독행정을 수행하지 못하고 이를 쉬쉬하며 덮어두다가 뒤늦게 외부에 이 사실이 공개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더욱이 문제가 되는 재보험 계약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해당 보험사와 금감원만 모른 채 넘어가면 외형상 정상적인 계약과 구별할 방법도 없어 묻어두고 넘어가기 쉽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 말 바꾼 금감원 금감원은 일부 생보사들이 지급여력비율을 높이기 위해 재보험 계약을 악용하고 있다고 판단, 지난 11일 전생보사에 공문을 보냈다. 금감원은 공문을 통해 "최근 일부 보험사가 재보험 본연의 목적과는 무관하게 지급여력비율의 개선 목적 등으로 계약을 이용하는 사례가 있어 엄중 주의를 촉구하니 각 보험회사는 재보험 계약을 체결할 경우 계약내용이 적정 위험분산을 위한 재보험 거래 본연의 목적에 부합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또 금감원 이 공문에서 "앞으로 재보험 거래와 관련한 세부사항을 면밀히 검토해 재보험 본연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 시정조치 등을 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금감원은 생보사가 편법으로 지급여력비율을 높인다는 지적이 있자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재보험 거래로 지급여력비율 상승 즉 재무건전도 제고를 도모하는 것은 선진 각국의 공통된 방식이며 또한 재보험 거래의 순기능'이라고 전혀 다른 주장을 내세웠다. 재보험이 생보사의 지급여력비율 제고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에 대해 '칼'을 들이댄 지 불과 2주일여 만에 입장을 바꿔 생보사 편들기에 나선 것. 업계 일각에서는 생보사들의 재보험을 이용한 지급여력비율 제고를 방치했던 금감원이 책임을 면하기 위해 새로운 논리를 만들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규정 정비 미온적 금감원은 재보험 관련 규정을 정비해 재보험 거래 요건을 명확히 하고 필요한 사항에 대해 사전심사 기능을 갖추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와 함께 생보사의 재보험 계약 중 50%만 지급여력비율 산출에 반영하는 방안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문제는 금감원이 이처럼 모호한 태도를 보이자 '시정조치'감이었던 생보사의 재보험을 이용한 지급여력비율 높이기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 이달 말 계약기간 만료를 앞두고 다수 생보사들이 계약을 갱신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보험 계약규모가 6,000억~8,000억원에 달해 가장 많은 것으로 추산된 교보생명측은 "별다른 조치가 없을 경우 재보험 계약은 자동 갱신된다"며 "이달 말 재보험 계약을 갱신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결국 금감원의 일관성 없는 감독방향에 따라 생보사 재무건전성 평가의 척도인 지급여력비율이 투명하게 산출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감독당국의 방침이 명확하지 않을 경우 드러난 7개 생보사 이외에도 지급여력비율을 높이기 위해 부심하고 있는 다른 생보사로 재보험 악용이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태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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