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노후대비 '라이프 사이클 펀드'가 딱이네

펀드매니저가 자산관리…편리·수익성 갖춰<br>적립식펀드 단점 보완한 차세대 상품 부상<br>퇴직 가까워질수록 주식보다 채권비중 늘려


‘장기투자, 위험과 수익에 대한 합리적 기대, 분산투자’ 세계적인 투자회사 ‘뱅가드 그룹’을 만들고, 인덱스 펀드를 번성시킨 존 보글 회장이 강조한 건전한 투자의 세 가지 원칙이다. 이 원칙을 실천하면 펀드를 통해 보유자산을 늘릴 수 있다. 여기에 ‘단순함’을 보탰다. 세상이 복잡해 질수록, 단순하게 투자해야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 무수한 정보와 이론들 속에서 단순함을 지키는 것을 가장 핵심적인 성공요소 중 하나라는 얘기다. 은퇴 연령은 낮아지는데 수명은 길어지면서 퇴직 이후를 고민하는 투자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 은행 금리는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고, 연금만 가입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드는 투자자들은 펀드로 몰리는 상황이다. 만약 펀드 투자로 안정적인 노후자금을 마련하겠다고 결심했다면 보글 회장이 강조한 세가지 건전한 투자원칙에 단순함을 실천하는 것이 좋다. ◇장기투자 방식의 진화= 미국 등 노령화가 일찍부터 진행된 곳을 살펴보면 노후준비 방식이 진화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노후준비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하던 1990년 전후 미국 투자자들은 직접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DIY(Do-it-yourself)’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직접 펀드를 고르고, 펀드별 투자비중을 결정한 후 적정 수익이 나면 팔고 다른 곳으로 갈아타야 했다. 하지만 일반인이 직접 투자하고 관리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투자자들의 이런 욕구를 채워주기 위해 등장한 것이 라이프사이클 펀드. 자신의 투자성형과 퇴직시기에 맞는 라이프사이클 펀드 중 하나를 고른 후 그냥 잊어버리는 ‘SIFI(Set-it-and-forger-it)’ 방식으로 한 단계 진화했다. 라이프 사이클 펀드를 선택한 투자자들은 더 이상 포트폴리오를 변경하거나 펀드를 옮기기 위해 고민을 거듭할 필요가 없다. 자신의 투자성향에 맞는 자산 재조정(asallocation)을 펀드 매니저에게 맡기면 ‘편리성’과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된다. 우리나라는 과거 ‘무조건 돈을 많이 벌겠다’는 재테크 열풍 시대에서 중장기적인 계획과 합리적인 투자로 적절하게 돈을 모으고 쓴다는 ‘재무설계’에 대한 관심으로 옮겨가는 단계다. ◇노후자금도 라이프 사이클에 맞춰 준비= 재테크와 달리 재무설계는 단거리가 아닌 장거리이고, 비행기를 타고 멀리 날아가는 해외여행과 비슷하다. 노후준비, 재무설계를 생각할 때 가장 두려운 부분은 ‘아주 길고 복잡하다’는 점이다. 마치 안전 비행을 위해선 비행기 조종석에 놓여있는 400개의 스위치와 패널들을 잘 지켜봐야 하는 것처럼, 노후준비도 투자수익에 영향을 주는 투자대상과 대내외적인 변수를 일일이 점검하고 확인한 후 투자하고 관리하는 복잡하고도 힘든 과정을 거친다. 세상은 복잡해지면서 동시에 단순해진다. 비행기의 자동조정장치가 갈수록 정교하고 간편해 지는 추세다. 비행기의 오토 파일럿(Auto Pilot) 프로그램은 데이터를 미리 입력만 하면 따로 손쓰지 않아도 목적지까지 오랜 시간 자동으로 비행기를 조정해 준다. 가장 적은 연료로 가장 안전하고 편안하게 날아가서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장기투자의 오토 파일럿 상품이 라이프사이클 펀드다. 이 펀드는 투자하기 전에 자신의 목표 수익률과 투자위험 인내도, 만기 등을 선택하면 입력한 정보에 따라 자동으로 운용된다. 장기투자 상품으로 적립식 펀드를 첫 손가락에 꼽는 투자자들이 많지만, 라이프 사이클 펀드는 적립식 펀드에서 한 단계 진화된 상품으로 평가된다. 라이프 사이클 펀드는 적립식 펀드의 단점을 보완한 차세대 상품으로 몇 가지 장점이 있다. 우선 적립식 펀드는 정기적 그리고 장기적으로 주식을 매수해 평균 매수단가를 낮추는 ‘코스트 에버리징(Cost Averaging) 효과’가 강점이다. 퇴직을 앞두고 투자 위험을 낮추고 싶다면 기존 펀드를 해약하고 다른 펀드로 옮겨야 한다. 그러나 라이프 사이클 펀드는 투자 기간이 길어질수록(또는 투자자의 나이가 많아지거나, 투자위험 인내도가 낮아지거나, 퇴직시기가 가까워질수록) 자동적으로 투자 포트폴리오가 바뀐다. 착륙을 앞둔 비행기가 고도를 낮추듯, 만기가 가까워진 라이프 사이클 펀드는 변동성이 적은 자산의 편입비중을 높이면서 안정적인 차익실현을 준비한다. ◇은행, 다양한 라이프사이클 펀드 상품 출시= 최근 증권사에 이어 시중 은행들도 노후자금 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라이프사이클 펀드상품을 들고 나왔다. 라이프사이클 펀드 상품은 투자자들의 퇴직이 가까워질수록 자동적으로 주식 비중을 줄이고, 채권 비중을 늘리도록 설계됐다. 시중은행 중에는 하나은행이 가장 먼저 UBS자산운용과 손잡고 ‘하나UBS 라이프사이클펀드’ 등 3종의 상품을 선보였고, 국민ㆍ신한ㆍ우리은행 등도 줄줄이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하나은행이 판매 중인 라이프사이클 펀드 중에는 30년 후인 2040년 은퇴를 준비 중인 고객들을 위한 ‘UBS라이프사이클펀드 2040’이 있다. 이 펀드는 주식의 투자비율이 95% 이상으로 높지만 매년 주식투자 비율이 낮추고 채권의 투자비율을 높이도록 설계됐다. 7년 이상 장기투자로 할 경우, 장기주택마련펀드로도 가입이 가능해 비과세ㆍ연말정산 등의 혜택도 받을 수 있다. 투자방법은 적립식ㆍ거치식 모두 가능하고 다른 펀드에 비해 초기 판매보수가 0.5%포인트 낮다. 온라인으로 가입하면 판매보수가 1%포인트 낮아지고, 가입 후 10년이 지날 때마다 0.5%포인트 가량씩 수수료가 추가로 낮아진다. 국민은행도 KB자산운용과 손잡고 오는 11월쯤 라이프사이클펀드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고, 신한ㆍ우리은행 등도 상품 출시를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