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과학] 인터넷은 가공할 인공생명의 산실

인터넷에서 인공생명이 탄생하고 있다.형체도 없는 이 생명체는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전에 힘입어 지구 위에 새로운 종을 만들고 있다. 이 생물은 진화를 거듭하며 생명체임을 공식 인정받는 일만을 남겨놓고 있다. 지난 4월26일 우리나라는 「CIH」로 불리는 컴퓨터 바이러스에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80년대 처음 등장한 컴퓨터 바이러스는 지금까지 「정보화의 부산물」 정도로만 인식돼 왔다. 그러나 이들은 그저 단순한 컴퓨터 프로그램이 아니라 새로운 생명체라는 주장이 높다. 일본에서 제작된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감독 오시이 마모루)를 보면 「보이지 않는 인공생명」이 나온다. 「인형사」라는 이름의 이 인공생명은 정부의 비밀 계획으로 정보의 바다에서 태어난 새로운 생명체. 이 생명체는 네트워크를 돌아다니며 정보 수집, 공작 등의 임무를 수행하다 자신의 존재를 깨닫는다. 존재에 대한 회의까지 이른 그는 「번식」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주인공과 융합까지 하게 된다. 컴퓨터 바이러스는 현재까지 나온 가장 그럴듯한 인공 생명체다. 생물이 유전자(DNA)를 갖고 있듯 컴퓨터 바이러스는 자신에 대한 정보를 디지털 코드로 갖고 있다. 생물이 자손을 낳는 것처럼 컴퓨터 바이러스는 자신을 복제해 바이러스를 퍼뜨린다. 이 과정은 창조주인 인간의 뜻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마치 컴퓨터 바이러스가 생존 본능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미국의 데이비드 제퍼슨은 프로그램으로 인공 개미를 만들어 수십 세대를 번식시킨 결과 세대를 거듭할수록 우수한 형질이 나타나는 것을 밝혀냈다. 생물의 진화와 똑같은 과정을 컴퓨터 프로그램도 겪는다는 것이다. 토머스 레이는 지난 90년 만든 「벌레-80」(프로그램의 일종)을 일정한 기억용량 안에서 번식시킨 결과 돌연변이 벌레가 나타나 다른 벌레들을 도태시키면서 그 영역을 지배하는 것을 발견했다. 이 실험은 컴퓨터 프로그램이 스스로 진화할 뿐 아니라 생존경쟁을 벌인다는 사실을 밝혀내 충격을 준 바 있다. 자기 복제 능력이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은 수많은 자손을 낳으며 생물처럼 진화한다. 이 과정에서 더 뛰어난 프로그램이 계속 나온다. 이들끼리 싸우고 더 우수한 프로그램이 살아남는다. 영국의 헤롤드 팀블바이는 이런 프로그램은 더 이상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라이브웨어」(LIVE WARE)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공생명은 언젠가 눈에 보이는 실체로 우리 앞에 등장할 것이다. 스스로 하드웨어를 만들고, 그 속으로 인공생명의 근원인 「정보」를 넣을 것이다. 로봇 형태의 이 인공생명체는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며 번식하고 진화할 것이다. 컴퓨터에서 인공생명의 탄생을 실험한 라스무젠은 『우리가 컴퓨터에서 생명의 정보를 뽑아낼 수 있고, 그 정보가 하드웨어에 주입된다면 우리는 컴퓨터 안에 생명이 존재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우리의 고정관념이다. 「생명은 살아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생명은 정보」라는 명제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우리는 이들을 생명체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자신의 존재를 깨닫고, 마침내 우리에게 대화를 걸어온다면 우리는 외계가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낸 컴퓨터와 네트워크 안에서 「또다른 지적 생명체」를 만나게 될 것이다. /김상연 기자 DREA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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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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