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금융위기에 공기업 민영화도 차질

"반값엔 못팔아" 매각일정 미뤄<br>中企경영난에 신보·기보 통합도 사실상 유예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금융위기는 MB정부의 핵심 정책 중 하나인 공기업 개혁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특히 우리금융지주ㆍ산업은행의 민영화나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의 통합 등 금융공기업 분야는 가장 큰 차질을 빚고 있다. 현재 신보ㆍ기보의 통합방안 마련은 사실상 유예됐고 산업은행ㆍ우리금융의 민영화 일정도 늦춰지는 것이 확실시된다. 금융위원회의 한 관계자도 13일 “세계 금융시장이 위기에 빠지고 회복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돼 공적자금을 투입한 금융회사나 민영화 대상인 국책은행을 제값을 받고 팔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를 고려해 민영화 착수 시기를 탄력적으로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도 인정하듯 금융공기업 민영화에 차질이 빚어지는 가장 큰 원인은 가격 문제다. 매각대상 공기업의 주가는 52주 고가 기준으로 거의 반토막이 났다. 정부 지분 72.97% 가운데 51%를 초과하는 지분을 매각하려 했던 우리금융의 13일 종가는 52주 고가(2만2,350원)의 절반 수준인 1만1,700원에 불과하다. 또 기업은행도 주가도 5개월 만에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상장주식이 아닌 산업은행의 경우 올해 말쯤 지주회사로 전환한 뒤 정부가 보유한 지분을 매각하려 했지만 제값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아 매각시기를 조정할 수밖에 없다. 설령 연내 산은법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오는 2012년까지 정부 지분을 털어낸다는 당초 계획을 강행하기에는 무리가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 중에 산업은행 지분 일부를 해외 투자은행(IB)에 먼저 매각하고 산업은행을 증시에 상장한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구조조정기업의 매각 역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이나 자산관리공사가 지분을 가진 현대건설과 하이닉스ㆍ현대종합상사ㆍ쌍용건설 등의 매각작업은 주식급락 등의 여건 악화로 순연될 가능성이 짙다. 이와 함께 3차 공기업선진화에서 가장 관심을 끌었던 신보ㆍ기보의 통합 역시 유예됐다. 금융위기로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된 상태에서 중소기업에 대한 유동성 지원 창구인 신보와 기보를 당장 통합하기 어렵다는 여론이 조성된 탓이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금융공기업은 물론 공적자금 투입 기업 등의 매각작업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일단 여건이 워낙 좋지 않기 때문에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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