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품격 높은 인터넷 문화

송관호 <한국인터넷진흥원 원장>

정보통신 분야, 특히 인터넷 산업에 종사하면서 세계 일류의 인터넷강국이라는 말에 어깨가 으쓱해질 때도 있지만 불법 음란정보 유통, 정보소외 현상, 도청, 네트워크를 통한 각종 범죄와 사기 등 역기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들릴 때면 답답한 심정이다. 모든 과학 기술이 인간에게 행복만을 준 것은 아니다. 철은 생산성 향상에 기여했지만 무기 개발로 이어졌고 석유자원의 활용은 온갖 문명의 이기를 가져왔지만 엄청난 환경문제를 수반했다. 인터넷과 휴대폰 등 정보통신 분야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문명은 인류의 번영과 행복을 전제로 할 때 의미가 있다. 정보통신의 발달은 부족에서 국가로, 국가에서 인류로 소속집단의 범위를 넓히는 데 기여했지만 동시에 인류를 대상으로 한 범죄도 가능하게 했다. 이미 오래전 일이지만 ‘Y2K’라는 말 때문에 전세계가 홍역을 겪은 적이 있다. 비록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유비쿼터스 네트워크’ 등 급속히 발달하는 정보기술(IT) 산업은 그 이상의 시나리오도 도출할지 모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정보통신 산업의 경제 기여도가 가장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전국민의 73%가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으며 휴대폰 이용자가 3,200만명이 이르는 정보통신 강국이 됐다. 우리나라는 기술이나 인프라 활용 면에서는 분명히 인터넷 강국이지만 문화 차원에서는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 특히 네티즌들의 댓글을 보고 있노라면 이것이 과연 정상적인 사람의 글인지 구분이 안될 때도 있다. 지하철이나 버스 등 공공 장소에서 자기 집인 양 큰소리로 전화하는 모습도 참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또 적극적인 몇몇 소수의 의견이 마치 여론인 것처럼 오인되고 과대 포장되는 경우도 적지않다. 진정한 정보통신 강국이 되기 위해서 기술의 선도뿐만 아니라 기술을 이용하는 품격 높은 문화의 정립도 필요하다. 최근에는 정보통신 업계에 ‘따뜻한 디지털 세상’ ‘행복한 인터넷’과 같은 인간미 넘치는 말들이 눈에 띈다. 이는 정보화가 이미 우리 사회에 침윤하고 있음을 입증한다. 품위 있는 인터넷 생활을 도모하기 위해 변화의 방향을 고민하고 교육적ㆍ법적ㆍ윤리적 안전장치의 개발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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