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우주센터 건립사업 표류

그럴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짓는게 좋을까, 빌리는게 좋을까. 바보이거나 돈이 넘쳐 주체할 수 없는 사람이 아니라면 집 짓는 쪽을 택할 것이다.그러나 어처구니 없게도 후자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있다. 다름 아닌 우리 정부다. 여기서 「1,000억원 짜리 빌딩」은 우주센터를 가리킨다. 우주센터는 말 그대로 「우주 개발 본부」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위성 발사기지」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정부는 오는 2005년 국내에서 자력으로 인공위성을 쏘아올릴 계획이다. 지난해 8월 북한이 광명성 1호를 발사하자 부랴부랴 과학기술장관회의가 소집된 뒤 나온 방침이다. 당초 우주 로켓 자력 발사는 2010년으로 계획돼 있었으나 북한에 뒤져 있다는 여론이 따갑자 시기를 5년 앞당긴 것이다. 또 이를 위해 총 1,000억원을 들여 늦어도 2003년말까지 우주센터를 건립하고 2004년 한해 동안 이를 시험 가동한다는 일정도 잡아놓았다. 계획을 5년이나 앞당겼으니 우주센터를 건립하는데 시간이 빠듯할 수 밖에 없다. 항공우주연구소(이하 항우연) 관계자는 『당장 내년부터 우주센터 건설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해도 일정을 맞추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주센터 건립 사업은 시작도 하기 전부터 표류하고 있다. 과학기술부와 항우연에 따르면 내년부터 이 사업에 착수하려면 우선 우주센터 설계 용역비로 최소 33억6,000여만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기획예산위원회는 최근 이 예산을 배정할 수 없다는 1차 심사결과를 발표했다. 1,000억원은 고사하고 가장 기본적인 예산마저 못주겠다는 입장이다. 기획예산위는 그럴 수도 있다. 우주센터보다 더 중요한 사안이 있다면 우선순위를 고려하는게 당연하다. 그러나 기획예산위에 이런 판단의 근거를 제공한데가 국가과학기술위원회(국과위)라는 대목에 이르면 이해하기 쉽지 않다. 국과위는 최근 회의에서 우주센터 건설 계획에 대해 「시급성」과 「우선도」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최하위 등급을 매겼다. 그러니 기획예산위가 예산을 배정하는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꼭 1년 전 장관들이 모여 우주센터 건립 시기를 5년이나 앞당겨 놓더니 이제는 그다지 급한 일이 아니란다. 물론 생각은 바뀔 수도 있다. 그러나 더 한심한 구석이 있다. 국과위는 『1년에 두 세 번의 로켓을 쏘기 위해 1,000억원을 들일 필요가 있겠느냐』는 판단 때문에 이같은 결정을 내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같은 생각에 「소가 웃을 일」이라는 반응이다. 항우연 관계자는 『위성을 국내에서 자체 발사하기 위해 2005년까지 개발하기로 한 위성을 해외에서 발사한다면 최소 300억원이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그러니 국과위의 표현대로 「세 번만 쏘면」 우주센터 건립 비용이 통째로 날라가는 셈이다. 한마디로 난센스다. 우주 개발 자체를 포기한다면 모르지만 그러면서도 위성과 로켓은 계속 개발한다고 하니 더욱 더 난센스다. 우주센터 건설 계획이 표류하는데는 또 다른 난제가 있다. 항우연은 제주도 남제주군 대정읍 모슬포 지역을 우주센터의 후보지로 정하고 설명회를 개최했으나 지역 주민들의 완강한 반대에 부닥쳤다. 이처럼 사업을 시작도 하기 전에 큰 벽에 부닥쳐 벌써 1년째 옴짝달싹 못하는 과기부는 「너무 안이하게 대처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과기부 관계자는 『첫 사업에서 예산이 배정되지 않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라며 『나중에 충분히 예산을 되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니면 말고」 식의 한가하기 짝이 없는 자세다. 이균성기자GS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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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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