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금융노조의 '이전투구'

김정곤 기자<금융부>

조합원 8만명으로 단일 산별노조 중에는 최대 규모인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심각한 선거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대로 가다가는 조직이 쪼개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금융노조는 부정선거 시비, 개표 중단 등 치열한 선거전을 마치고 지난달 24일 3기 집행부가 공식 출범했다. 그러나 선거 과정에서 상대편 후보진영을 지지했던 일부 은행 노조지부에서 금융산업노조발전협의회라는 별도의 조직을 만드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들은 집행부의 공동구성은 물론 금노 중앙지부만이 가지고 있는 단체교섭권을 각 노조지부에 넘기도록 요구하는 등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내부의 밥그릇 싸움 때문에 앞으로 진행될 금융권 공동 임단협 등에서 금노가 단결된 목소리를 내지 못할 수도 있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에 있는 것이다. 사실 이번 사태는 선거 과정에서 여러 차례 드러난 문제점을 통해 예견됐다.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돼 개표가 중단되는 등 양 후보진영이 두달 이상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 결국 상급단체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까지 중재에 나섰고 기존 선거관리위원회가 총사퇴하고 재구성되는 고충 끝에 현 집행부가 구성됐다. 그러나 이후에도 선거 과정에서의 갈등의 골이 봉합되지 않아 선거무효 소송 진행에 이어 결국 금노 내부에 별도의 조직까지 나오게 됐다. 금노 내부에서는 과거에도 시중은행협의회 등 별도의 단체가 존재했었다며 이번 사태가 조직의 양분으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의 일련의 과정을 돌아볼 때 이번 사태는 결코 간단하게 넘길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노동권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조직 단결과 화합에 주력해야 할 때인데 세(勢) 싸움을 벌이는 것은 여러 가지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올들어 터진 기아차 채용비리 사건이나 노조간부의 조합비 횡령 등 최근 노조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눈길은 그 어느 때보다 따갑다. 노조는 도덕성과 정치적 선명성을 먹고 사는 조직이다. 정치판을 연상하게 하는 밥그릇 싸움은 이제 그만두고 사분오열된 조직을 추슬러 설립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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