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中企 "수수료등 비용도 큰 부담" 환헤지 꺼려

원자재값 급등·경기침체 동반 "엎친데 덮쳐"<br>하반기까지 지속땐 문닫는 기업 속출 우려<br>올 설비투자 늘려잡은 기업들은 수정 잇따라


“손해가 문제가 아니에요. 죽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걱정입니다.” 출렁이는 환율에 중소기업인들의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며칠 새 10% 이상 급등하는 환율을 보며 속수무책으로 불어나는 손해를 계산하고 있을 뿐이다.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환위험에 미리 대비하는 업체가 거의 없는 상황. 어차피 환헤지에 들어가는 비용이나 환율 움직임으로 입게 되는 손해나 마찬가지라는 인식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원자재 값에 이어 환율까지 1,000원대로 불 붙듯 오르면서 중소기업에도 과거와 다른 심각한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 수입업체들은 환율이 회사 자금사정을 직접 압박하는 데는 아직 1~2개월의 시차가 남아 있지만 이 수준이 하반기까지 이어진다면 문을 닫는 중소기업이 속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과 일본에서 공장자동화라인을 수입해 국내 기업에 공급하는 성원교역의 신은희 과장은 “수입물품에 대한 송금이 60일 혹은 120일 단위로 이뤄지기 때문에 당장은 큰 영향이 없지만 이 상태가 다음달까지 지속된다면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며 “그 안에 환율이 다시 안정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원자재 값에 환율까지 ‘엎친 데 덮친 격’=최근 원자재 값 부담으로 채산성이 나빠질 대로 나빠진 중소기업들은 환율까지 폭등하자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특히 올해 ‘비즈니스 프렌들리(친기업)’를 표방한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침체됐던 중소기업의 경영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 설비투자를 의욕적으로 늘려 잡았다가 연이은 악재가 돌출하자 올해 경영계획 자체를 수정하는 중소기업도 나오고 있다. 기계수입 전문업체 현우트레이딩의 정찬우 사장은 “환율이 움직이면 수입원가뿐 아니라 관세ㆍ부가세도 같이 올라버려 체감상승률이 더 높아진다”며 “아이템마다 차이가 있지만 요즘 거래하는 기업들은 약 20~25% 정도 올랐다고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해외업체에 발주했던 기계를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업체도 늘고 있다. 연초에 3~4개 기계를 주문했다가 환율이 급등하자 1개만 우선 받고 나머지는 몇 달 후에 실으러 오겠다는 식이다. 중소기업들은 최근 환율 움직임이 경기침체와 동반되는 것에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과거에는 원화가치가 오를 경우 수출업체는 이익을 보고 수입업체는 손해를 봤지만 최근에는 미국발 경기침체로 수출업체도 환차익만 마냥 즐기고 앉아 있을 수 없다는 것. 유압용 밸브를 생산, 미국과 일본시장에 수출하는 삼원테크의 이택우 사장은 “예전 같으면 환율이 많이 올라 ‘대박 났다’고 기뻐했겠지만 탄소강ㆍ일반스틸 등이 품귀현상을 보이면서 소재가가 32%나 올라 이익을 봐도 예전만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헤지하면 돈 들지 않느냐” 인식 탓=환율이 급변할 때마다 반복되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중소기업도 환헤지가 필요하다는 건 오래된 지적이지만 중소기업들은 이에 공감하면서도 이에 따른 절차와 비용 문제를 부담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환헤지가 힘든 이유로 ‘수수료 등 비용부담’ ‘환율 예측의 어려움’ ‘인력ㆍ실력 부족’ 등을 꼽고 있다. 기업은행 파생상품팀의 한 딜러는 “통계는 없지만 거래기업 중 환헤지를 하는 곳이 0.01% 수준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고 실제 환위험에 대비하지 않은 D실업 사장은 “잘못하면 배보다 배꼽만 더 큰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하지만 환헤지를 하는 중소기업과 은행들은 다른 입장이다. 실제로 선물회사를 통하면 5만달러를 헤지하는 데 6,000원이면 된다. 보증금 3%는 언제든지 돌려받을 수 있고 은행을 통하면 면제도 가능하다. 한 원자재 수입업체 대표는 “중소기업들이 증거금ㆍ한도ㆍ비용 등을 탓하지만 은행과 협의하면 다 해결이 가능한 문제고 헤지가 복잡하다거나 어렵다고 말하지만 계산서 끊는 것만큼이나 쉽다”며 “결국은 대표가 헤지에 대해 근본적으로 생각이 없고 잘 알지도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중소기업들이 ‘설마’ 하는 생각으로 환헤지를 안하는 경향도 있다. 하나은행의 한 관계자는 “헤지는 손해가 될 수도 있고 이익이 될 수도 있는 양날의 칼”이라며 “은행 역시 10건의 환헤지를 권유했다가 8건이 잘 돼도 잘못된 2건에 대해 불만을 듣게 돼 쉽사리 얘기를 못 꺼낸다”고 말했다. 그는 “환헤지를 안하면 환율변동으로 오히려 이득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도 환헤지를 가로막는 주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환헤지(換Hedge)란 환헤지란 환율변동으로 입을 수 있는 손해를 미리 막는 것을 말한다. 미래 특정시점에 필요한 외환을 현재 정해진 가격으로 미리 구매함으로써 환율을 확정 짓는 방법을 사용한다. 가령 한 업체가 지난해 10월30일 10만달러에 기계부품을 구입하는 계약을 맺고 5개월 후 돈을 주고 물건을 받기로 했다. 당시 환율은 달러당 900원, 가격은 9,000만원. 구매계약과 동시에 5개월 후 달러당 900원에 10만달러를 사는 계약을 맺어 환헤지를 했다. 5개월 후인 최근 환율은 1,010원. 기계 가격은 10만달러로 똑같지만 지불하는 금액은 1억100만원으로 1,100만원이 올랐다. 하지만 10만달러를 달러당 900원에 산 후 결제하면 환율상승에 따른 손해를 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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