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늘어날 여행 업종도 수혜 예상
환율 기초상품으로 한 DLS 수익 클듯
일본과 수출 경합 심한 車·기계 업종은
가격 경쟁력 떨어져 접근 신중해야
지난 1997년 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 신청을 하기 직전 모 대기업 부장인 김모씨는 가족들과 함께 미국 이민을 결심하고 보유한 아파트와 자동차를 처분했다. 이렇게 처분한 자금을 달러화로 바꾸고 이민을 떠나려고 하는 찰나에 IMF사태가 터졌고 김씨는 다시 고민에 빠졌다. 원ㆍ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원화로 바꿀 경우 보유 현금이 2배 가까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결국 김씨는 이민의 꿈을 접고 50평형대의 아파트를 구입했다. 단지 두 번 환전했을 뿐인데 김씨는 불과 두 달 여 만에 10억원대 부자가 되어 있었다.
최근 환율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미국과 일본 유럽 등이 대규모 양적완화를 하면서 달러화 가치가 크게 떨어진 반면 원화 가치는 가파른 속도로 뛰고 있다. 환율이 이처럼 급변동하게 되면 주식과 채권 등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 금융시장과 기업들이 글로벌화됐기 때문에 통화 가치 변동 역시 시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주식시장이 부진을 보이고 있는 원인 중 하나로 환율이 지적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이렇듯 시장이 변하게 되면 그에 맞게 투자전략도 바뀌어야 한다. 특히 원ㆍ달러 환율이 1,000원대로 내려가고 앞으로도 당분간 하락할 가능성이 높은 시기에는 기존의 투자전략을 가지고 대응하기 힘들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씨는 단순히 환율을 이용해 자산을 불렸지만 지금 그것을 바라기는 힘든 상황. 대신 환율을 이용한 주식과 상품 투자전략은 여전히 유효한 상황이다. 원화 강세 시대 스마트한 투자전략이 무엇인지 알아보기도 하자.
원ㆍ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실제로 올 초 1,150원대였던 원ㆍ달러 환율은 이달 25일 1,098원까지 내려간 상태다. 원ㆍ달러 환율이 1,000원대를 기록한 것은 400여일만이다. 이처럼 환율이 급격히 변하면서 기존의 투자전략도 수정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서대일 대우증권 투자분석팀 연구원은 "미국과 유럽에서 유동성 확대 정책을 펴면서 원화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원ㆍ달러 환율은 올해 말까지 1,080~1,090원 수준으로 떨어지고 내년 하반기로 가면서 하락 속도가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당분간 원화 강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 무게를 두면서 항공ㆍ음식료 등 내수주와 환율을 기초상품으로 한 파생결합상품(DLS) 등에 투자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
우선 원화 가치가 높아질수록 실적이 증가할 수 있는 업종과 종목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이 가장 먼저 꼽는 업종은 항공 및 여행업종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환율이 하락할 경우 연료비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달러화로 결제되는 유류 구입비용이 전체 비용 중 6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찾는 해외 여행객들보다 해외여행을 떠나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환율 민감도가 크다는 점에서 원화 강세는 해외여행에 대한 수요 증가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항공주들의 경우 영업비용이 매출액보다 환율 노출도가 크기 때문에 원화 강세는 영업이익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측면이 있다"며 "특히 비행기 도입과정에서 수반되는 막대한 외화부채와 자본비용을 고려한다면 최근 환율 흐름은 항공사들의 실적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에서 원재료를 수입하는 음식료품과 제약 업종 역시 환율 하락에 따른 수혜가 예상된다. 원화가치가 높아지면 상대적으로 수입가격에 대한 부담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제약주들의 경우 해외 기술 관련 로열티 지급액이 크다는 점에서 환율이 하락할 때 영입이익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정유 및 철강 대표주들 역시 혜택을 톡톡히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김 연구원은 "정유주와 철강주들의 경우 막대한 해외부채를 통해 설비투자를 진행했다"며 "따라서 환율이 하락하면 채무부담과 금융비용 감소라는 긍정적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고 말했다.
환율이 하락하면서 직접적으로 성과를 내는 상품도 있다. 달러 등과 같은 외환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이 바로 그것이다. KOSEF 미국달러선물 인버스는 원ㆍ달러 환율이 떨어지면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로 짜여진 상장지수펀드로 미국달러선물지수의 일간 변동률에 마이너스(-) 1배에 연동해 운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OSEF 미국달러선물 인버스는 환율 하락에 힘입어 이달(25일 기준)에만 1.5%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환율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에 대한 투자도 고려해볼 만 하다. 윤건희 우리투자증권 상품전략부 연구원은 "환율은 변동성이 큰 만큼 환율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의 경우 높은 수준의 기대 수익률이 제공된다"며 "원금 보장형이나 부분보장형 상품이 대부분이라 원금 손실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작다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0월17일부터 19일까지 하나대투증권은 중국 위안화 환율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569회'를 판매했다. 'DLS569회'는 1년 만기의 원금보장형 상품으로 만기일에 위안화 환율이 미국 달러화 대비 0.5%이상 절상되면 연 8.1%의 수익이 지급되는 상품이다.
그렇다고 환율 하락이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다. 국내에서 생산하는 가격은 원화가 적용되기 때문에 다를 게 없지만 해외에서는 달러 기준으로 판매를 하기 때문에 가격 상승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만큼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일본과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는 업종에 대해서는 투자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김용구 연구원은 "최근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됐고 일본경제 전반의 구조적 침체를 고려한다면 일본정부 입장에서는 엔화 약세 기조를 통한 무역수지 개선을 추구할 가능성이 크다"며 "주요 수출시장에서 일본기업과 높은 수준의 수출경합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산업과 업종에 대해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산업별 한ㆍ일 수출경합도가 가장 높은 업종은 자동차ㆍ부품. 컴퓨터와 반도체, 기계 업종 등이다.
펀드 투자도 환헤지형이 유리 조민규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