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해외전문가에 듣는다⑤] 폴 새뮤얼슨

[해외전문가에 듣는다⑤] 폴 새뮤얼슨새시대 문턱 선 한국경제 타협자세로 도전 극복을 [영문 보기] 1960년 이래 한국은 오랜 여정을 밟아 왔다. 그동안 한국은 아시아의 한 가난한 나라에서 실질 국내총생산(GDP)의 놀라운 성장세를 거듭, 현대 산업의 선두주자로 발돋움해 왔다. 물질적인 변화와 발맞춰 삶의 방식에도 일대 개혁이 일어났다. 언제 어느 곳을 막론하고 이 기간중의 한국에 견줄만한 혁명적인 변화는 찾아보기 어렵다. 영국의 식민지하에 놓였던 미국이 영국왕 조지 3세의 군대와의 잇단 전쟁 끝에 독립공화국으로 자리를 잡은 이후 40년간은 어떠했을까. 물론 미국의 실질 GDP는 1790년부터 1830년까지 급등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는 앞서 두 세기 전부터 신대륙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된 풍부한 자원이 주 요인이 된 것으로, 여기에 삶의 수준을 좀더 높이려는 이민자들의 욕구가 보태진 결과로 나타난 현상에 불과했다. 지난 60년부터 2000년까지, 또는 2차대전 패전 후 40년간의 일본은 어떠한가. 분명 이 시기의 일본 사회는 한국과 같은 극적인 변화를 경험했다. 하지만 19세기 중반 메이지 유신(明治維新) 이후 2차대전 전까지 일본은 이미 독립적인 자주국가 체제를 갖췄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일본은 한국과 달리 식민지로서의 오랜 착취에서 벗어나 성장을 일궈낸 것은 아니었다. 한국의 기적적인 경제성장의 초창기는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볼 때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었다. 다른 많은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한국이 한편으로 기술개발에 눈을 뜨고 수출중심의 경제 성장을 일구는 동안 또 한편에는 군사독재가 자리잡고 있었다. (영국의 도움을 받은 홍콩과 달리, 타이완과 싱가포르도 급격한 경제성장이 시작될 당시에는 민주주의가 극히 제한돼 있었다. 이는 방임적인 자본주의 시장이 정치적인 독재와 공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아르헨티나, 브라질, 파라과이, 페루 등 남미 여러 나라의 임시군사정부에는 대부분의 경우 경제 침체와 부정부패가 동반됐다. 나이지리아는 풍부한 석유 자원을 갖췄지만 빈곤이 가시지 않았고, 콩고의 풍부한 광물자원도 수백만 국민으로부터 기아의 고통을 덜어주지는 못했다. (반면 평등주의 정부가 수립된 북구 노르웨이의 경우 북해에서 대규모 유전이 발견된 이후 국민들의 교육수준과 공공서비스, 시민들의 복지 수준이 크게 일제히 향상됐다.) 그렇다면 한국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누구도 과거의 영광에 안주한 채 타성적으로 경제 성장이 지속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총부리를 겨눠대는 군사 독재에서 벗어난 한국 국민이 이제 어떻게 이 자유를 활용할 것인가. 노동조합이 시장 자본주의가 수반하는 변화의 물결을 완강히 거부하고 행동을 강화한다고 가정해보라. 또 대학생들이 미국이나 유럽,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 당연시되는 불평등을 민감하게 받아들여, 「글로벌화」가 의미하는 모든 것에 반기를 들며 거리로 뛰쳐나온다고 가정해보라. 해외로부터의 자금 투자나 국내 은행 및 기업들의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칠 것은 불보듯 뻔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은행의 반응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기업들간의 통상적인 거래-가령 월마트가 한국 제조업체들에게 대규모 생산 주문을 내거나 한국 기업과 해외 기업간 합작 등-가 모두 21세기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 상황에 좌우되는 것이다. 지금 유럽에선 아일랜드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반면 임금 수준을 유지한 채 근로시간만 주당 35시간으로 줄인 프랑스는 핀란드나 덴마크, 영국, 네덜란드 등에 비해 성장세가 뒤떨어지고 있다. 민주주의는 본래 예상됐던 대로 좋은 결과와 나쁜 결과를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이제 새로운 시대의 문턱에 선 한국은 이에 대해 스스로 타협하고, 다가올 도전에 대응해야 한다. 신문은 한 사회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 수도 있고, 나쁜 쪽으로 몰아갈 수도 있다. 지금까지 수십년간 한국 독자들을 위한 글을 쓰도록 여러 차례 요청을 받아 온 경험에서 판단컨데 한국의 언론은 지금까지 한국의 경제 성장에 중요한 도움을 줘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40주년을 맞은 서울경제신문에 경의를 표하며, 서울경제신문과 그 독자들이 앞으로도 지적인 발전을 이룩할 것을 바라는 바이다. 입력시간 2000/08/06 18:50 ◀ 이전화면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