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신용문맹 없애자] 6. 학교교육도 내실있게

청소년교육 '생활경제' 중심으로 >>관련기사 경기도 성남시 분당의 S중학교 3학년의 사회수업 시간. 교사가 '경제와 시민생활'단원에서 "균형가격은 수요량과 공급량이 균형을 이루는 선에서 결정된다"고 적힌 교과서를 읽어가며 수요, 공급의 원리를 가르치고 있다. 고등학교 입시를 앞둔 학생들은 교과서에 형광색 펜을 그어가며 입속말로 교과서 내용을 중얼거리며 암기하느라 여념이 있다. 인근 B고등학교 2학년 교실에선 환율상승 초기에 무역수지가 오히려 나빠졌다가 일정 기간이 지나야 무역흑자가 늘어나는 'J커브효과'에 대한 수업이 한창이다. 학생들은 환율상승이 곧 화폐가치 하락이고 같은 수출액에 대해 벌어들이는 돈이 늘어나기 때문에 무역수지가 늘어난다는 교사의 설명에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그러면서도 노트에 열심히 수업내용을 받아 적고 있다. "솔직히 무슨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어요." 고등학교 2학년 최모군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시험에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해 무작정 외운다고 했다. 그는 경제용어나 법칙만 잘 외우면 대학 진학하는데 큰 문제 없다고 설명했다. 경제에 대한 개념이 본격적으로 싹 트고 자신의 용돈 사용처를 스스로 결정하게 되는 시기인 중ㆍ고등학생들에 대한 경제교육이 지나치게 이론 위주에 치중돼 있다는 지적이 많다. 기업이 회계상 작성하는 대차대조표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배우면서도 막상 자신의 용돈 수입 및 지출 내역을 작성하는 법은 초등학교 실과 시간에 잠시 나올 뿐 중ㆍ고등 교과서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학교에서 배우는 경제교과서의 대부분은 경제학원론에나 나올만한 내용을 중심으로 딱딱한 원리설명에 치중해 있다. 수요공급의 법칙에서부터 환율, 중앙은행의 금리정책까지 담겨 있다. 이론 위주의 수업이 진행되다 보니 신용카드, 주식투자, 세금, 부동산 등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오면 바로 부딪치게 되는 실생활에 밀접한 내용들은 거의 다뤄지지 않고 있다. 경제윤리에 대한 교육도 부족해 정당한 소득에 대한 존경과 부의 사회적 분배 등은 원론적인 차원에서 잠시 거론하는 선에서 그치고 있다. 그 결과 학생들은 경제교육을 자신의 생활과는 동떨어진 딱딱하고 지루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실시된 한 조사에 따르면 합리적인 소비와 절제하는 생활에 대해 학교교육을 통해 배웠다고 응답한 학생은 10명중 1명꼴에 그쳤다. 고등학교 2학년부터 선택과목으로 바뀌는 경제 과목을 선택하는 학생수는 계속 감소하는 반면 대체 과목인 정치나 사회문화의 선택비중이 날로 올라가고 있다. 이에 따라 중고교 경제교육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입시 위주의 딱딱한 이론 교육에서 벗어나 실생활에서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신용관리 방법, 건전한 주식투자 방법, 미래를 대비한 보험선택 등이 교육과정에 포함돼야 한다. 전문가들은 또 전자상거래, 인터넷 뱅킹, 온라인 금융거래 등 점차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첨단기술 분야의 실질적인 노하우를 어릴 때부터 몸에 익힐 수 있는 교육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들은 당장 교과서를 전면적으로 뜯어고치기 힘들더라도 부분적으로나 교과서에 신용교육 내용을 포함시키는 것은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교과서 개편이전에 학교장 재량으로 학생들의 용돈기입장 작성을 의무화한다든지 외부인사 특강, 별도 교재를 통한 수업 등을 통해 학생들의 경제마인드를 키워주는 것도 가능하다. 김호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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