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베니스 비엔날레서 개인전 이우환 화백

"안과 밖의 소통은 비울때 비로소 가능"<br>60년대 '관계'·90년대 '조응' 연작 선봬<br>현지언론 '가장 눈여겨봐야할 전시' 평가<br>"경매에서 거래되는 내 작품 가격은 거짓"


지난 10일 개막한 세계 최대의 미술 제전 베니스 비엔날레의 개최지 곳곳에는 세계 미술계에서 인정받고 있는 해외 유명작가들의 전시가 잇달아 열리고 있다. 이우환(사진ㆍ72) 화백. 폰다지오네 전시장에서 열리고 있는 그의 작품전을 현지 언론은 ‘가장 눈여겨봐야 할 전시’로 평가하고 있다. 일본과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는 프랑스 현대 미술사전에서 수록될 만큼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고 있는 몇 안 되는 국내 작가. 최근 국내외 경매 시장에서 그의 작품가는 치솟으며 국내외 미술 투자가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작가이기도 하다. ‘울림(Resonance)’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는 이탈리아 무디마 예술문화 재단(Fondazione Mudima)의 후원으로 전시장 개조에만 7억원의 비용이 들어갈 만큼 이탈리아 미술계의 관심을 끌고 있는 중요한 행사 중 하나. 개막식에서 만난 그는 “안과 밖의 조화를 위해서는 비워야 합니다. 비울 때 비로소 담겨있는 것과의 소통이 시작되는 것이죠.”라며 작품에 대해 설명했다. 전시장에는 90년대부터 선 보인 ‘조응(Correspondence)’ 연작과 60년대 설치작품 ‘관계’ 연작을 선보인다. 프랑스에 비해 덜 알려진 ‘조응’ 연작은 이우환의 예술세계를 포괄하는 ‘점으로부터(point)’ 연작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러나 ‘점’ 연작 보다는 빈 공간이 더 많다. 그는 “안과 밖이 만나는 통로를 표현하는 데 중요한 것은 절제된 묘사”라며 “비우는 행위(emptiness)는 표현한 공간과 빈 공간과의 조화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작품세계는 불교 사상의 색즉시공(色卽是空) 이론으로도 풀이된다. 그는 전시가 열리는 행사장에서 한국 기자들과의 만남을 극도로 꺼려했다. 또 최근 국내외 미술품 경매에서 천정부지로 오르는 자신의 작품 가격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심지어 최근 프랑스 전속화랑인 에릭 파브 갤러리에 한국 화랑과 컬렉터에게는 작품을 판매하지 말 것을 주문할 정도라는 것이 주변에서 들리는 이야기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6,000~7,000만원(100호 기준)선에 거래됐던 그의 작품은 최근 경매에서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 불과 반년만에 약 3배 정도 가격이 올랐다. 지난해 5월 열린 소더비에서 ‘점으로부터’연작이 추정가의 3배에 달하는 18억원에 낙찰돼 자신의 경매 최고가를 경신했다. 그는 “최근 내 작품을 구입하려는 사람들 중 일부는 작품성 보다는 사두면 돈이 된다는 투자 가치 만을 따진다”며 “결국 경매에서 거래되는 내 작품 가격은 거짓”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작품이 담고 있는 사상과 철학에 대한 관심이 없다면 예술은 공허한 것”이라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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