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교육정책 번지수 맞습니까


지난주 말의 일이다. 구두를 닦으러 한 구두수선 노점을 들렀다가 점포주로부터 딱한 사연을 들었다. 소아마비로 인해 정상적인 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그는 제화공장에서 열심히 기술을 연마해 점포를 낼 수 있었다. 하지만 대략 마흔줄의 나이에 들어선 근래에 그는 해외 이민을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한다. 빠듯한 살림에 자녀 뒷바라지를 제대로 못하다 보니 중학생인 자녀의 성적차가 동급생들과 비교할 때 심하다는 게 이유였다.

그는 "저는 맨손으로도 기술 하나로 가정을 일구고 가게도 차렸지만 지금의 한국 현실에서는 자식에게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교육양극화가 그대로 소득 양극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서민들의 불안감을 단적으로 볼 수 있다.


과거 산업세대 부모들은 '자녀 교육=사회적 신분 상승'이라는 믿음으로 뒷바라지를 위해 부지런히 일했다. 하지만 이제는 교육이 학력양극화로 도리어 서민의 꿈을 좌절시키는 지경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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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정부도 이 문제를 심각히 고민해왔다. 그래서 내놓은 해법이 학력 인플레이션 해소다. 대학을 진학하지 않아도 번듯한 직장에 취업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고도화한 한국 산업구조상 쉽지 않은 일이다. 고학력 계층이 사회 기득권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에서 어느 누가 '학력' '학연'을 무시할 수 있을까.

최근 만난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20년 내 운전기사와 같은 저학력자들의 단순기능직 일자리는 상당수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략 20년 후면 지능화된 교통인프라와 무인자동차시스템 덕분에 운전수 없는 대중교통수단이 보편화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대부분의 생산공장에서도 자동화율이 높아져 투자 대비 고용유발효과는 더 줄어들 것이다. '학력 인플레이션 해소'를 고용 해법으로 내세운 정부의 교육정책이 제대로 번지수를 잡은 것인지에 대해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기자가 만난 구두닦이 점주의 쓴소리를 정책당국자들도 귀담아들었으면 좋겠다.

"고졸만 해도 성공한다구요? 세상물정 모르는 소리네요. 차라리 가난한 집 학생들이 해외유학을 더 많이 갈 수 있도록 해주세요. 그 사람들이 해외에서 정착해 사업으로 성공하면 자연스럽게 우리 젊은이들 일자리도 외국에서 만들어지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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