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 외자기업 랭킹 1위, LCD모니터ㆍ복합기ㆍCDMA휴대폰 시장점유율 1위.’
지난 92년 중국에 진출한 삼성은 96년 47억달러였던 매출이 지난해 253억달러로 5배 이상 늘었고 고용인원도 98년 1만9,900명에서 지난해 5만명으로 급증해 명실공히 중국 최고의 외자기업으로 자리를 굳혔다.
그런데 삼성이 요즘 바짝 긴장하고 있다. 90년대 중저가 가전제품과 부품 생산에 주력했던 삼성은 2000년대 들어 주력제품을 휴대폰ㆍ노트북PC 등으로 바꾸고 프리미엄 전략을 본격화하면서 성장가도를 달려왔지만 최근 중국 기업들이 바짝 추격해오면서 ‘프리미엄 전략의 함정’에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삼성의 한 임원은 “모토롤러의 경우 한국에서 휴대폰이 처음 등장했던 시절 시장점유율이 한때 90%가 넘었었지만 삼성의 애니콜에 밀려 소리 소문 없이 시장에서 쫓겨났다”면서 “중국삼성도 한국에서의 모토롤러처럼 잊혀지는 브랜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국가대표 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삼성의 이 같은 걱정은 실로 충격적이다. 그러나 이 임원은 “삼성은 프리미엄 전략에 입각해 PDP TV와 LCD TV 등 고가제품에 집중하면서 중국에서 한해 40만대의 텔레비전을 판매하고 있지만 전체 3,700만대의 시장규모에 비춰보면 점유율이 미미한 수준인데다 중국 업체의 성장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삼성’이라는 브랜드가 영속적인 생명력을 확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프리미엄 전략의 함정에 대한 실상을 설명했다.
실제 중국 기업들이 약진을 거듭하면서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형편이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중국의 안방을 차지했던 한국산 텔레비전과 에어컨ㆍ냉장고 등은 하이얼 같은 중국 업체들에 자리를 내준 지 오래이고 휴대폰ㆍLCDㆍ컴퓨터 등 프리미엄 제품들에서도 강력한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제품의 추격이 위협적이다.
게다가 중국 정부가 최근 하이얼ㆍ바오산철강ㆍ궈메이전기 등을 국가대표 기업으로 키우기 위해 국력을 몰아주면서 우리 기업들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세계 500대 글로벌 기업 중 450곳이 무한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에서 ‘중국판 애니콜’이 등장할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