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신비과세펀드 판매첫날] 고객 "돈 줄께" 투신 "그냥 가"

"투기債 부도땐 부담" 수탁액 예상 밑돌듯신비과세펀드 가입을 둘러싼 고객과 투신의 마찰은 초저금리 시대의 단면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고객들은 신비과세펀드가 여태까지 나온 어떤 투신권 상품보다도 위험성이 높지만 타 상품보다 1% 정도 수익률이 높은 점에 상당 부분 매력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투신사들은 투기채 등급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등 운용에 대해 어려움을 호소하며 자금 유입을 반기지 않고 있다. 여기에 판매사들 역시 투기채가 만의 하나 부도라도 날 경우 자신들이 미매각으로 떠안아야 하는 위험 부담으로 판매에 적극 나서지 않는 상황이다 ◇'줄을 서시오, 줄을' 신비과세에 가입하려는 고객들의 발길이 발매 첫날부터 이어지고 있다. 다른 경쟁 상품보다 수익률이 높기 때문이다. 요새 은행권의 정기금리(1년 만기)는 4%대. 투신사의 채권형펀드는 7%대 안팎이다. 하지만 신비과세펀드는 7.5~8.5% 수준. 운용만 잘 하면 9%까지 갈 수 있다는 게 펀드매니저의 설명이다. 정원석 한국투신운용 채권매니저는 "BB등급 투기채와 공모주에서 높은 이익을 얻을 수 있고 나머지는 국공채와 A등급 이상의 우량채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밝혔다. ◇돈 받지 않습니다 상대적 고수익 신비과세펀드에 자금이 몰리지만 정작 투신권은 기뻐하는 눈치가 아니다. 운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신비과세펀드는 투기등급 회사채를 30% 의무 편입해야 한다. 그러나 물량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당초 대량 환매되리라 예상되던 하이일드와 후순위채(CBO) 펀드 내의 투기채 등급과 후순위채를 이전 받으려고 했지만 고수익이 나오는 이들 펀드의 환매가 거의 이뤄지지 않아 투기채 조달이 어려워졌다. 더욱이 리스크 관리 차원으로 시장에서 조건에 맞는 투기채를 사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유희대 대한투신운용 채권운용팀장은 "1차 설정액인 3,000억원 내외에서는 그럭저럭 운용을 해나가겠지만 그 이상 넘어서면 투기채 편입도 그렇거니와 운용이 버거워진다"고 말했다. ◇당초 계획 차질 불가피 운용사와 판매사의 소극적인 자세로 신비과세펀드 수탁액은 당초 예상보다 훨씬 밑돌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지난 7월 말 처음 선보이며 11조원을 기록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던 비과세펀드 실적의 20~30%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3,000억원으로 1차 설정 목표를 끝낸 대투 등 3투신은 최대 5,000억원 수준까지는 맞춰보겠지만 그 이상은 무리라고 난색을 표한다. 결국 3투신을 제외한 기타 투신권에서 절반 가량을 채운다면 많아야 3조원 정도가 신비과세로 유입될 전망이다. 약 17조원에 달하는 투기채 가운데 올해 만기도래분을 신비과세펀드 유입자금으로 소화하려던 정부의 당초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홍준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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