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칼럼] 우리교육 경쟁력 있나

한민구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장

우리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다양한 분석과 처방이 나오고 있다. 반도체ㆍ휴대폰 등 정보기술(IT) 관련 첨단산업과 자동차를 중심으로 하는 수출이 우리나라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반면 내수경기는 극도로 침체되고 있다. 국내소비가 위축되고 있는 원인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 있겠지만 현실적으로는 과도한 사교육비와 유학ㆍ관광 등 해외여행수지 악화 때문이라고 분석된다. 특히 우리 사회의 중추계층인 30~40대에서 사교육비의 지출은 심각한 수위에 도달하고 있다. 대도시는 물론 도시 지역 초등학교 1, 2학년의 경우 일반적으로 4개 이상의 과외나 학원을 다니고 있는 실정이다. 영어는 기본이고 피아노ㆍ미술ㆍ태권도 등 예체능 분야, 웅변ㆍ작문도 필수과목처럼 배운다. 정규 학과과목도 공교육에 의존하지 못하고 사교육을 활용하는 형편이다. 과목당 평균 10만~15만원이 지출되고 있어 두 명의 자녀를 키울 경우 적어도 100만원 이상이 사교육비로 들어간다. 월 100만원 이상의 사교육비와 50만원 이상의 자동차 관련 비용, 주택관리비 등을 빼고 나면 가계의 여유자금은 거의 없어진다. 내수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다. 또한 우리 사회는 탁아소 등 아이들을 하루종일 맡길 적절한 기관이 취약하기 때문에 직장을 가진 여성들도 결혼 후 아이들이 초등학교 다닐 즈음에는 직장을 포기할 수밖에 없어 대부분의 가정에서 맞벌이는 불가능하다. 사회적 문제인 저출산과 인구감소 우려도 젊은층들이 취약한 공교육과 사교육비 압박으로 아이를 하나만 낳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40대 후반~50대의 부모도 처지는 비슷하다. 사교육비 부담은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자녀들의 해외유학이 부담이다. 이른바 기러기아빠라는 사회적 문제는 취약한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실상을 반영하는 것으로 국부의 해외유출과 직결되고 있으며 중산층에 많은 경제적 부담을 주고 있다. 선진국에서도 우리나라처럼 교육열이 높은 나라는 많지 않다. 과다한 사교육비가 투입될 정도로 교육 분야는 국민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교육 분야 경쟁력은 한심할 정도로 취약하다. 스위스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제경영개발원(IMD)에서 최근 주요국가들의 경쟁력을 분석한 결과 청소년들의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도는 조사대상 60여개 국가 중에서 49위로 처진 상태다. 과학교육이 의무교육 과정에서 적절하게 이뤄지는 정도는 36위로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또한 교육의 효율성을 나타내는 교육경영 부문은 44위로 거의 최하위 수준으로 평가됐다. 세계적인 교육평가기구인 PISA에서 98~2003년 30여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를 중심으로 만15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읽기, 수학, 과학적 소양을 측정한 결과 상위 5% 학생들의 성취도는 별로 높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리나라 상위권 학생들의 성취수준이 세계적인 수월성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 남녀 학생의 성취 차이가 매우 크게 나타난 점은 대책마련이 절실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특히 학습에 대한 흥미도, 자아개념, 자아효능감, 협동학습 선호도 등 자기 주도적 학습능력을 구성하는 분야에서 하위권에 머물렀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않다. 이러한 냉혹한 외부 평가결과는 우리들이 막연히 느끼는 것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국가백년대계를 위해서도 우리나라 교육에 대한 냉철한 자기성찰과 상응하는 대안이 구축돼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교육경쟁력의 향상을 위한 진지한 논의보다는 교육평준화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으며 교육이 상품이냐, 서비스냐 아니면 공공재이냐 하는 시대착오적인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학부형들과 학생들을 수용하는 기업에서 만족하지 못하는 교육이 우리나라의 경쟁력에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 공교육은 영어ㆍ예체능ㆍ작문 등 부모들이 원하는 분야에 대한 욕구를 해소시켜줘야 하며 이를 위한 대안이 제시돼야 한다. 또한 조기 해외유학, 기러기아빠 등을 해소할 수 있는 고등교육체계가 확립돼야 하며 기업이 만족할 수 있도록 대학교육의 개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강의평가, 교사평가, 교수와 교사에 대한 연봉제 등 획기적인 개혁이 요구되고 있다. 구체적이고도 실현 가능한 정책대안이 하루빨리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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