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02년 서해교전에서 숨진 고 박동혁 병장의 기일인 4일 박 병장의 아버지 박남준(오른쪽)씨가 대전시 유성구 국립현충원을 찾아 박 병장을 회상하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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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혁이가 없는 추석이 너무나 쓸쓸하기만 하네요."
지난 2002년 6월 서해교전에서 전사한 고 박동혁 병장 등 희생자 6명의 유족들이 추석을 이틀 앞둔 4일 대전 국립현충원 제2사병 묘역에 모였다.
이날은 교전 당시 부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숨진 박 병장의 기일로 박 병장의 부모와 서해교전 유족 10여명은 먼저 숨져간 이들의 넋을 위로한 뒤 서로의 근황을 물으며 시간을 보냈다.
박 병장의 아버지 박남준(50)씨는 "서해교전 이후 유족들이 해마다 음력과 양력기일, 현충일, 명절 등 1년에 4, 5차례씩 만나고 있는데 오늘은 동혁이의 기일"이라며 "가끔 이렇게 만나 서로 어떻게 지내는지 유족들의 근황을 묻고 살아가는 얘기를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박씨는 "동혁이가 죽고 난 뒤 항상 마음 한 곳이 텅 비어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며 "특히 추석 같은 명절 때는 금방이라도 동혁이가 문을 열고 들어올 것 같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박씨는 "세상을 살다 보면 여러 형제 중에 가문을 책임질 만한 후손이 따로 있는데 우리에겐 동혁이가 바로 그랬었다"며 "그런 아들이 내 곁을 떠났다는 사실이 너무나 아쉽고 슬프다"고 덧붙였다.
박 병장의 어머니인 이경진씨는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을 박 병장과 함께 할 수 없음을 아쉬워했다.
이씨는 "병원에서 치료받으며 괴로워하던 동혁이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며 "당시 충격으로 인해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지금까지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부모로서 아들이 죽어가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게 너무 한스러웠다"며 "동혁이를 지켜주지 못해 여기 올 때마다 너무 미안하다"고 애통해 했다.
이날 현충원을 찾은 서해교전 전사자 유족들은 "현재 네 곳에 분산돼 있는 서해교전 전사자들의 묘를 한곳으로 모아달라고 건의했었는데 아무런 소식이 없다"며 "번거롭고 돈이 좀 들더라도 죽음을 함께한 동료들끼리 같이 있을 수 있도록 국가에서 조치해달라"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