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공식적인 주택보급률은 100%를 넘어선지 오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절반 정도는 내 집이 아닌 집에서 살고 있다. 서울은 겨우 41%만이 자기 집에서 살고 있다. 내 집 아닌 집에서 사는 사람들 중 아파트나 반듯한 집에 전세나 임대로 사는 사람들은 그나마 사정이 좀 나은 편이다. 아예 집이 아닌 집에서 사는 사람도 많다. 학생도 아니면서 고시원에 사는 이들, 주택으로서의 최소한의 요건도 갖추지 못한 쪽방 거주자, 노숙자가 아니더라도 노숙과 별반 다를 것도 없는 비닐하우스나 여인숙, PC방, 심지어 다방조차도 주거로 활용하는 사람들도 많다.
새정부 행복주택 한 곳도 착공못해
일반적으로 주택정책의 목표는 쾌적한 주택을 편리한 위치에서 적절한 가격으로 모든 국민이 소유 또는 거주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주택공급 실상을 보면 편리한 위치는 공급자 중심에서 볼 때고 수요자의 입장은 거의 고려되지 않았다. 거기다가 주택의 형태도 천편일률적으로 여러 가족이 있는 가구를 대상으로 건설돼왔다.
하지만 이제 세대구성에도 큰 변화가 생겨 1인 가구가 전체가구의 25%가 넘는다. 1인 가구에 2~3개의 방과 거실ㆍ주방ㆍ욕실 등을 갖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자원낭비를 넘어 지나친 사치다. 이제 공공임대주택도 가구 구성원 수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그것도 필요한 지역에다 말이다. 곡물 등 다른 재화는 부족하면 수입하면 된다. 그러나 주택은 이동이 불가능하므로 필요한 사람이 집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우선 입에 풀칠하는 것이 더 급하므로 생활근거지를 옮기기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저소득층일수록 필요한 곳에 주택을 마련해줘야 한다.
급속한 가족해체와 사회 환경의 변화로 저소득 직장인과 독거노인ㆍ미혼모 등 다양한 1~2인 가구가 생겨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아직까지 이들 1~2인 가구에 대한 이렇다 할 주택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올해 초 박근혜 정부가 1~2인 가구의 주거불안해소를 위해 철도부지ㆍ유수지 등을 대상으로 20만가구의 행복주택을 건설하기로 한 것이 거의 전부다. 그나마 올해 착공목표 1만가구 중 지역주민의 반대 등으로 아직까지 단 한 세대도 착공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소규모 공공임대주택 등 대안 마련을
이제 공공임대주택도 필요한 곳에 소규모로 다양한 형태의 맞춤형으로 공급해야 한다. 보다 실질적으로는 준주택으로 지정만 해놓고 손을 놓고 있는 고시원을 매입해 최소한의 안전과 주거기능을 갖추도록 리모델링하고 주거비를 낮춰주는 일, 여관이나 여인숙 그리고 활용도가 낮은 업무용 빌딩 등을 매입해서 1인 가구가 살 수 있도록 다중주택으로 리모델링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또 부족한 대학생 기숙사 마련을 위해 학교 앞 하숙집에 단독 또는 조합을 만들어 국민주택기금을 저리로 지원해 개축 및 증축하도록 하거나 독거노인을 위해 거주와 건강관리가 가능한 ‘코하우징(co-housing) 주택’을 건설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밖에 미혼모 및 장애인 등을 위한 그룹 홈, 노숙자들의 사회복귀가 가능하도록 농업 등 직업교육을 통해 귀농지원 및 일자리 마련 등 주거와 복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되도록 하는 세밀한 정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더불어 임대주택이 없는 지역에는 다세대ㆍ다가구 매입임대 사업도 보다 적극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이제 공공임대주택 공급정책도 더 이상 이솝우화에 나오는 여우와 황새의 이야기처럼 먹을 수 없는 그릇에 음식을 담아 손님이 먹을 수 없게 만드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