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6월 2일] 갈 길 먼 은행산업

이명박 정부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때부터 은행산업이 이제 실물경제를 뒤에서 도와주는 후방산업이 아니라 서비스 혁신과 제품 개발을 통해 그 자체로 신성장동력 산업이 돼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맞는 말이다. 미국ㆍ프랑스ㆍ일본 등 우리보다 앞서 경제 강국이 된 나라들은 한결같이 서비스 산업이 발달하며 선진국 진입에 성공한 것만 보더라도 그렇다. 서비스산업의 핵심이 바로 금융이고 그중에서도 근간이 은행산업이다. 하지만 최근 은행권이 하는 구태를 보면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당국이 부동산 버블을 우려해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하자 편법을 동원해 대출 늘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한다. 6억원 이상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요건을 강화하자 건설업자와 짜고 신규 아파트 분양가격을 5억9,000만원대로 책정하고 이후 고객에게 리모델링과 인테리어로 아파트 값을 올리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시중은행들은 돈만 되면 죄다 몰려드는 떼거리 마케팅 같은 손쉬운 부동산 담보대출에만 열을 올리지 말고 첨단 파생상품, 투자은행(IB), 개인 자산관리(PB) 분야 등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잠재역량 확충에 힘을 쏟아야 한다. 한해 순익이 수조원대라고 자랑하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주택담보대출에 따른 예대마진 따먹기이거나 대기업 대출을 어쩔 수 없이 주식으로 전환했다가 주가상승으로 막대한 특별 차익이 생기거나 하는 식이다. 최근 은행권이 중소기업에 판매한 통화파생상품인 키코가 중기에 막대한 손해를 끼치면서 문제가 되고있다. 하지만 키코 사태는 역설적이게도 은행권이 첨단 파생상품을 외국계 은행으로부터 하나 둘 배워가면서 생기고있는 현상들이다. 은행이 키코를 판매한 것을 두둔하는 말이 아니다. IMF 이후 도이치뱅크 등 외국계 은행들은 환율ㆍ금리 등을 활용한 파생상품을 판매하며 떼돈을 벌었고 이제서야 국내 은행이 조금 노하우를 배워 판매하다가 일(?)이 터진 것이다. 키코 같은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국내 은행들은 과거 방식의 영업에서 벗어나 글로벌 시장 차원에서 역량을 쌓아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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