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흔들리는' 한은 총재 리더십

시장과 소통 실패이어<br>"총재도 한표에 불과"<br>일부 금통위원 반발도

현역 금융통화위원이 한국은행 총재를 향해 "(금통위 금리 결정에서) 총재도 n분의1에 불과하다"는 의견을 밝히며 김중수 총재의 발언을 공격하고 나서 파문이 일고 있다. 이달 금통위에서 예상 밖의 금리동결 결정을 내리면서 '언행(言行) 불일치'라는 비판을 받았던 김 총재로서는 금통위원의 반발까지 겹치면서 리더십에 상처를 입게 됐다. 강명헌 위원은 17일자 언론에 기고한 '기준금리, 왜 한은 총재에게만 묻나'라는 글에서 금리동결 직후 김 총재에게 쏟아진 비판을 상기시킨 뒤 "이런 반응은 총재의 역할을 오해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며 "총재는 금통위 금리결정에서 한 표만 행사한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금리결정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총재는 금통위 전체를 대표하는 금통위 의장 자격으로 발언해야 하는데 한은 총재로서의 생각이 약간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물가상승 압력을 강조해온 총재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 그의 글은 언뜻 동결 이후 비판의 화살이 총재에게 집중되는 것을 방어하는 내용으로 보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총재의 위상에 대한 '도전'으로 비쳐질 부분이 많다. 총재는 7명의 금통위원(현재는 6명) 중 1명일 뿐인데 시장이 총재의 의견에만 관심을 가지며 더욱이 총재가 자신들의 생각과 다르게 발언한 데 대해 사실상 공개적으로 비판의 뜻을 전한 셈이다. 강 위원의 의견이 나오자 한은 내부에서는 지난 2004년 11월 이른바 '금통위의 반발' 사건을 떠올리고 있다. 당시 금통위는 추가 금리인하가 곤란하다는 박승 전 총재의 시그널을 뒤집으면서 전격적으로 금리를 낮췄다. 한은의 한 간부는 "금통위원이 공개적으로 의견을 밝힌 것은 1998년 상근제 도입 이후 처음"이라며 "외국도 개인의 의견을 밝히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시장에 혼선을 일으키기 때문에 우리는 극도로 자제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공개적으로 총재 역시 한 표니까 총재의 얘기만 듣지 말라는 것은 당혹스럽다"며 "총재는 명색이 한은 집행부를 총괄하는데 그의 주장은 집행부 조직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내부의 이 같은 반응과는 별개로 이번 문제가 6명으로 파행 운영해온 해묵은 문제가 곪아 터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은 총재는 금통위원의 의견이 엇갈릴 때 캐스팅보트를 쥘 수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6명일 때는 말 그대로 'n분의1'일 수밖에 없다. 결국 이번 사태는 언행 불일치로 시장과의 소통에 실패한 점, 여기에 파행적 인사를 장기간 방치해온 김 총재 스스로 화를 불렀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강 위원은 2008년 4월 기획재정부 장관 추천으로 임명됐으며 7월 금리인상 때는 홀로 동결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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