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13일 트리플 위칭데이(선물ㆍ옵션 동시 만기일)를 맞아 우려와 달리 30포인트 이상 급등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현물 매도로 나올 수 있는 매수차익잔액이 4조6,000억원까지 급증하면서 이날 1조원가량의 프로그램 매물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오히려 2,000억원 이상 매수 우위를 보였다.
◇왜 매도 물량 안 나왔나=이날 프로그램 물량은 차익거래(현물과 선물ㆍ옵션의 가격 차이를 이용한 무위험 거래) 367억원, 비차익거래(선물ㆍ옵션과 관련 없이 현물로만 한 거래) 1,760억원 등 모두 2,127억원가량의 매수 우위를 기록했다.
당초 1조원가량의 매도 우위를 보일 것으로 보였던 프로그램 매매가 매수 우위로 돌아선 이유는 12월물과 9월물의 가격차인 스프레드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서준혁 굿모닝신한증권 애널리스트는 “전날엔 스프레드가 1.7이었지만 이날 장중 2.0까지 올랐기 때문에 차익거래를 하는 투자자들이 청산을 하기보다 12월로 넘기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12월물 가격이 좋아졌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시장 상황을 최악으로 보고 있진 않다는 뜻이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미래 가격이 오른다고 시장이 호전됐다고까진 말하기 힘들지만 투자자들이 최소한 나쁘게 보는 것 같진 않다”고 분석했다.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시장 전망이 최악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선물ㆍ옵션 만기 자체가 지수의 방향성을 정하지는 못하는 데다 이번에 청산되지 못한 물량은 시장 상황에 따라 언제든 쏟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고유가,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등 변수가 남아 있어 당분간 상승세로의 복귀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중현 굿모닝신한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시장에서 가장 큰 변수는 FOMC 회의”라며 “시장은 이미 금리인하를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인하 자체보다는 인하폭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격적으로 0.5%포인트를 내리면 긍정적이지만 0.25%포인트 인하는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고유가도 시장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고유가는 물가 상승의 최대 요인으로 금리인하 가능성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박상현 CJ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금리인하에 대한 시장의 압력이 컸는데 고유가가 지속된다고 가정하면 이런 압력이 줄어들 수 있다”며 “미국 주택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물가까지 오를 경우 시장은 한층 부담스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