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나약한 현대인의 실체는…

조각가 김영원 개인전 인사동 선화랑 10일까지

조각가 김영원와 설치작품 '그림자의 그림자'

김영원 '그림자의 그림자-사랑'

추상표현주의 화가 마크 로스코(1903~1970)는 “인간을 재현한 이미지, 그것은 인간을 불구로 만드는 것이다”라는 말로 ‘재현’의 한계를 얘기했다. 그런 그는 형태를 지우고 색과 면이라는 추상적 도구만을 이용해 자신의 철학을 구현했다. 한국 조각계를 이끄는 김영원(61)의 생각도 이와 다르지 않다. 30년 이상 인체를 매개로 작품 세계를 구축해 온 그는 해부학적 구조에 충실한 것이 오히려 한계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고 자문했고 이에 대한 해답을 인사동 선화랑에서 10일까지 열리는 근작 전시를 통해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늘어선 인체 군상은 뒷모습 뿐이고 실루엣만 있다. 얼굴이 있어야 할 부분은 매끈한 평면으로, 그 반짝이는 표면에 되레 보는 이의 얼굴이 비친다. 작가는 “존재감만 있을 뿐 구체적인 실체가 없는 뒷모습을 통해 인간 존재의 근원과 만날 수 있다”라며 “눈ㆍ코ㆍ입이 사라진 얼굴은 범람하는 욕망이 뒤얽힌 공허한 삶을 나타내지만 그 절제된 침묵의 공간에서 관객은 각자의 내면에 접근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시작 중 등신상 40여점으로 표현한 나약한 현대인들의 자아분열적 모습이 특히 눈길을 끈다. 작가는 대학 재학 중에 호암 이병철 삼성 회장의 눈에 띄어 작품을 의뢰 받았을 정도로 두각을 보였다. 1980년대 말 민주화 이후 분열된 사회를 표현한 ‘중력, 무중력’ 연작, 1994년 브라질 상파울로 비엔날레에서 퍼포먼스와 함께 선보인 ‘선(禪)조각’ 등은 지금도 실험적인 작품으로 호평받고 있다. 신작에는 2005년 성곡미술관 초대전 때 선보인 ‘그림자의 그림자’ 시리즈에 대중과의 소통이라는 사회적 의미가 가미됐다. (02)734-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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