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본궤도에 오른 가운데 FTA가 국내경제에 미칠 영향 분석 및 대책수립을 위한 연구에 대한 정부예산 배정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한ㆍ미 FTA는 물론 장기과제로 중국을 비롯 세계 50개국과 FTA협상을 체결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지만 부처간 책임 떠넘기기, 예산당국의 인식부족 등으로 세계 여러 나라와의 FTA 체결이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에 연구가 소홀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8일 기획예산처와 관련 부처에 따르면 외교통상부에 배정된 ‘2007년 FTA 관련 예산’은 총 22억원으로 대부분이 협상비용인 것으로 파악됐다. 또 이 같은 예산규모는 한ㆍ미 FTA 기획단에 대해 올들어 8월까지 사업비로 30억원(운영비 6억원 별도)이 할당된 것과 비교할 때 규모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외교부는 내년 예산을 우선 한ㆍ미 FTA 협상에 사용한 뒤 나머지를 다른 국가에 대한 협상경비로 사용할 방침이다. 재정경제부의 FTA 예산은 올해 8억원에서 내년 4억원으로 50% 감축됐다. 재경부 관계자는 “이마저도 기획예산처에 마지막까지 늘려달라고 하소연해서 된 것”이라며 “당초에는 1억원으로 잡혀 있던 것”이라고 말했다. 협상비용을 제외한 별도의 FTA 관련 예산이 없기는 산업자원부나 농림부도 마찬가지다.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대목은 협상체결을 위한 예산만 줄어든 것이 아니라 중장기 연구예산 용역으로 할당된 것이 전혀 없다는 데 있다. 기획예산처의 한 관계자는 “각 부처들이 자발적으로 관련 예산을 요구하지 않는데 예산처가 임의로 만들 수는 없지 않느냐”며 “용역예산에서 필요한 연구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각 부처들은 예년처럼 전체 용역예산에서 필요한 연구비를 사용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한ㆍ미 FTA 협상 시작 이후 관련연구에 대한 지출이 모두 중지된 상태임을 감안할 때 실현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FTA체결에 따른 파장에 대한 세밀한 연구가 진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개별 협상에만 몰두하게 됨에 따라 자칫 ‘졸속’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강문성 고려대 국제학부 교수는 “FTA가 통상정책의 중심이 되고 있고 FTA 상대국마저 미국ㆍ일본ㆍ아세안ㆍEUㆍ중국 등 거대 경제권으로 동시다발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더욱 활발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