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사투리·걸음걸이까지 뱃사람 동식이로 살았죠"

영화 '해무'로 스크린 데뷔한 박유천

연기 갈증 날 때 시나리오 만나

부상보다 힘든 건 캐릭터 고민… 홍매 향한 마음 이해 위해 노력

"해무 통해 연기 틀 넓어져 배우로서 일 꾸준히 하고파"


영화 '해무'의 주된 배경인 어선 '전진호'는 이중의 안갯속에 갇혀 있다. 배를 감싼 뿌연 바다 안개보다 더 두려운 건 배 안을 장악한 인간의 욕망. 배·사랑·성욕…. 선원들이 제 것을 지키기 위해 내면의 밑바닥을 드러내고 충돌하는 순간, 삶의 터전은 해무처럼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공포의 공간으로 돌변한다. 극 중 동식은 욕망이 광기로 돌변하는 현장에서 사랑하는 여인 홍매를 지키기 위해 온몸을 내던지는 선원이다. 청년 동식으로 처음 영화에 도전한 배우 박유천(28·사진)을 만났다.

"어려워도 감정을 혹사하며 제대로 해보고 싶었어요." 2년 전 드라마 '옥탑방 왕세자'를 끝내고 한창 연기에 대한 갈증에 빠져 있을 때였다. 다소 무거운 내용의 '해무' 시나리오는 강렬하게 다가왔다. "현장에 깊게 몰입할 수 있는 환경에서 제대로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컸어요. 그래서 영화와 연극을 고민하고 있었고요. 해무는 분명 어려운 작품이었지만 뱃사람과 동식의 이미지가 신선하게 다가왔죠."


또래인 동식의 자유로운 감정표현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살면서 환경과 무관하게 자기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그런 면에서 동식이의 모습 자체가 부러웠던 것 같아요." 그렇게 한 걸음씩 동식에게 다가갔다. 실감 나는 뱃사람을 연기하기 위해 관련 다큐멘터리를 섭렵했고 여수 사투리를 귀와 입에 달고 지냈다. 걸음걸이부터 목의 각도, 튀어나온 입까지. '아이돌 가수 박유천'의 얼굴에 여수 촌놈 동식을 하나씩 그려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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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렁이는 바다, 그 위의 작은 배에서 촬영이 진행되다 보니 체력 소모가 컸다. 멀미는 기본이요 부상은 덤이었다. 그러나 박유천을 괴롭힌 건 체력의 한계보다는 캐릭터에 대한 고민. "처음 본 홍매를 구하기 위해 물에 뛰어들고 그녀를 지키려고 가족 같은 선원들을 등지는 것까지…. 홍매에 대한 동식의 감정이 이기적인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었죠. 모든 걸 죽음이라는 사건과 연결하면서 비로소 캐릭터를 이해하게 된 것 같아요."

연기에 대한 갈증에 빠져 있던 그에게 해무는 '해갈의 열쇠'가 됐을까. "그땐 연기를 정말 잘하고 싶다는 생각에 영화니 연극이니 고민을 했는데 영화를 찍고 나니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부끄럽더라고요. 어쨌든 해무를 통해 제 연기에 대한 틀이 넓어진 것 같아요."

아직 표현하고 싶은 게 많다는 박유천. 그는 "꾸준하게 배우라는 직업을 가져가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을 전했다. "이미지와 분량에 대한 욕심은 없어요. 단역도 조연도 상관없고요." 벌써부터 40대에 하게 될 연기가 기대된다는 그는 치열한 연기의 맛에 빠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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