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세계경제 긴급진단]<하>불안심리 수습이 관건

소비·투자심리 악화에 G7 발빠른 공조 대응미국 금융시장은 테러 발생 3일만인 13일(현지시간) 부분 개장했지만 거래가 한산한 가운데 단기 국채 등 단기물이 급등,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확연히 반영했다. 특히 원유ㆍ금 등 원자재 가격도 반짝 안정세를 접고 재차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이 테러 대참사를 '21세기의 첫 전쟁'으로 선포하고 테러와의 전쟁을 단행하기 위한 전시체제에 돌입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상황은 당연한 수순이라는 분석을 내리고 있다. 그 동안 미국 경제는 각종 지표의 악화에도 불구하고 소비지출에 의존해 현상 유지를 해왔다. 그러나 이번 테러 사태로 소비심리의 악화는 물론 투자심리도 가라앉는 등 불안심리가 팽배, 세계 경제의 방향타를 조기 회복으로 돌리기는 다소 버거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美 소비심리 적신호 미시간대학이 13일 발표한 9월초 소비자신뢰지수는 83.6으로 지난 93년 불황 이후 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이 수치가 테러 사태 이전에 집계된 것임을 감안하면 테러 사태 이후의 소비심리는 최악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73년 중동전쟁 당시 미국의 소비자신뢰지수(컨퍼런스보드 발표 기준)는 40으로 곤두박질쳤으며, 80년 이란 혁명에 따른 미국 인질 사태와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으로 발발한 90년 걸프전 당시에는 50 안팎으로 급전 직하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과거와 같은 정도의 급속한 소비심리 냉각은 나타나지 않더라도 상당히 가파른 하락세를 면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 같은 소비심리 위축에 실업률 상승은 결정적인 악재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주 미국의 신규 실업수당 청구자 수는 43만1,000명으로 전주보다 2만1,000명이 증가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이번 테러 사태로 실업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대로 가다가는 실업률이 8월의 4.9%를 깨고 5%대에 진입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 비관론이 늘고 있는 것도 복병이다. 투자자 심리를 조사 발표하는 인베스터스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이번 테러 사태 후 주식시장에 대해 비관적인 사람들의 비율이 전주의 30.9%에서 36.5% 로 늘어난 반면 낙관적인 견해를 가진 사람들의 비율은 44.3%에서 39.6%로 줄었다. ■ 불안심리 수습이 관건 미국 정부는 현재 미 국민들의 불안심리를 조속히 진정시키는 것에 경제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13일 채권시장을 재(再) 개장한데 이어 증시도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정상 가동시킨다는 방침이다. 선진 7개국(G7)이 테러 발생 하루만에 1,200억 달러의 자금을 풀어 유동성 위기에 공동 대처한 것은 이 같은 미국의 불안심리, 나가서는 세계 경제의 불안심리를 조기 진압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되고 있다. 특히 유럽중앙은행(ECB)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500억 달러 규모의 통화 스왑을 실시키로 합의하는 등 안전장치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이 같은 불안심리 수습에는 일반 미국인들도 참여하고 있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증시가 재개장되면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절대 주식을 팔지 않겠다고 응답한 사람이 9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단기 국채의 가격 급등, 원유와 금 등 원자재 가격의 재차 상승 반전 등에서 엿볼 수 있듯이 전대미문의 테러 사태에 따른 미 국민들의 불안감이 쉽게 가라 앉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유럽연합, 일본, 이머징마켓 등 전세계 국가들도 미국의 전쟁 임박에 따른 불안심리에 빠져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세계 경제가 위기를 조기 돌파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소비 및 투자심리 회복을 위한 불안심리 수습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구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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