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中企조합 거듭나야 할 때

며칠전 부품 전문제조업체인 M사 관계자들을 만났다. 정부 눈치 보랴, 대기업 비위 맞추랴 바쁜 중소기업 신세를 한탄하던 이 회사 부장에게 “그럼 조합은 대체 뭐 합니까?”라고 물었다. 당연하다는 듯 나온 대답은 “이제 조합은 한물 갔어요. 뭔가 해 낼 것이라는 기대조차 하지 않습니다.” 하는 일도 없어 전에는 10여명이 넘는 인원이 근무했지만 이제는 4명도 채 안 되는 직원이 자리만 지키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이 부장의 성토는 계속됐다. 업계를 대변한다는 조합이 납품관계로 횡포가 심한 대기업에게 쓴소리 한마디 하지 못한다, 관련 부품업체들이 수십여개나 모여 있으면서도 이를 조직화하지 못하고 운영비만 낭비하고 있다, 단체수계 물량만 아니라면 조합은 있으나마나한 존재다…. 그 동안 대다수 중소기업 협동조합의 역할은 단체수의계약만을 위해 존재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간혹 벌이는 일부 전시성 행사조차 부실한 운영과 낮은 참여도로 큰 성과를 거두기 힘들었다. 심지어 단체수계 공정분배라는 기초적인 역할마저 삐그덕거리다 보니 여기저기서 `조합무용론`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러다 보니 소속 회원사들의 지원을 기대하기란 꿈 같은 일이다. 지난해 중소기업청 조사 결과, 전국 740여개 조합 대부분이 파산 직전의 재무구조를 갖고 있다는 사실은 이를 뒷받침해준다. 미국이나 영국 등 선진국의 경우 소기업이 모인 경제단체는 대기업 협회에 못지않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들은 끊임없는 회원사 홍보, 원부자재 공동구매 등의 편의지원 활동 등 `대표단체`에 걸맞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 업체들로부터 전폭적인 신뢰와 지원을 받고 있다. 중소기업 보호라는 미명 아래 편안히 앉아 단체수의계약만 나눠주던 국내조합과는 확연히 대비되는 부분이다. 이제 우리 조합도 경쟁력 약화의 주범으로 비판 받으며 점차 품목이 줄고있는 단체수계에만 얽매이지 말고 새로운 역할모델을 정립해야 한다. 기실 조합이 하고자 마음만 먹는다면 할 수 있는 일도 많다. 업계의 핵심현안들의 해결을 정부나 대기업에게 떠맡겨놓고 `중소기업은 어쩔 수 없다`는 푸념만 늘어 놓는 유명무실한 대표단체를 벗어날 때가 되었다. <현상경기자(성장기업부) hsk@sed.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