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소박함 대신 화려함이… 전통공예로 보는 한국의 미

■ 리움 28일부터 '금은보화'전<br>삼국시대부터 대한제국까지… 국보·보물 등 공예품 65점 선봬<br> 장식기법·문양 입체감상 가능

금동대세지보살좌상

은제도금 주전자(오른쪽)·받침인 승반

예나 지금이나 금은 으뜸 중의 으뜸인 귀금속으로 평가 받는다. 오랜 세월이 지나도 색이 변하지 않고 녹슬지 않는 데다 가공도 용이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다. 흔히 한국 미술의 특징으로 소박하면서도 여백의 미를 살린 정중동(靜中動)의 멋이라고 말하지만, 우리 전통 공예품을 살펴 보면 화려하면서도 디테일이 살아 있어 세련된 맛이 일품이란 탄성이 절로 나온다. 특히 최고의 재료인 금과 당대 최고의 세공 전문가의 기술이 합쳐져 탄생한 고려 공예품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다.

국내 최고의 사립미술관인 삼성미술관 리움이 올해 첫 전시로 한국의 고미술 명품들을 한 데 모은 '금은보화: 한국 전통 공예의 미'를 28일부터 6월 2일까지 연다. 고대 삼국시대부터 대한제국까지 최고의 재료와 최상의 세공 실력으로 만들어진 공예품의 찬란한 예술성을 조명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금, 은, 보석으로 만든 공예품 65점(국보 9점, 보물 14점)을 통해 한국 전통 공예의 화려하면서도 세련된 면모를 유감 없이 만날 수 있다. 특히 미국 보스턴미술관, 국립중앙박물관, 국립고궁박물관 등 국내외 주요 박물관에서 대여한 유물을 비롯해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이 모은 전통 공예품이 대거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이목을 끄는 것은 은제도금 주자(주전자)다. 현존하는 유일한 고려 시대 은제 주자이자 기법과 미적 감각에서 고려 금속 공예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주자는 몸체, 손잡이, 주구(주전자 입구), 뚜껑으로 이뤄져 있으며 승반(받침대)을 동반하고 있다. 목을 덮는 형태의 뚜껑에는 대나무 줄기 문양이 아로새겨 있으며 그 위로 크고 작은 연꽃들이 피어 있다. 그리고 맨 위에는 아름다운 봉황 한 마리가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올라 있다. 봉황은 머리 부분은 물론 꼬리와 날개까지 매우 세밀하게 조형됐으며 주구는 대나무 줄기 문양을 세밀하게 새겨 당대 최고 수준인 고려 장인의 세공 실력을 엿볼 수 있다. 개성 부근의 묘에서 출토됐다고 전해지는데, 해방 전후로 미국으로 건너가 외국인 컬렉터가 소장하고 있다가 보스턴 미술관이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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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국보 80호 금제여래입상도 이번 전시에서 만날 수 있는 귀한 작품이다. 황복사 터로 전해오는 경북 경주시 구황동 절터의 3층 석탑에서 발견된 두 점의 불상 중 하나로 통일신라 시대인 692년께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목구비의 경계와 윤곽이 부드럽고 살짝 올라간 양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어려 있으며 법의가 두툼하게 표현되는 등 삼국시대 불상의 양식을 고스란히 따랐다. 금제여래입상을 비롯해 금동여래입상, 금동 관음보살좌상, 금동 대세지보살좌상 등이 안치된 전시장은 석굴암에서 모티브를 얻어 입구에서 전시장 안쪽으로 들어가는 공간을 동굴처럼 형상화했다.

대한제국 시대의 화려한 예술적 감각을 유감 없이 드러낸 작품도 눈길을 끈다. 명성황후 책봉 금책과 고종황제 옥보(왕실의 권위를 상징하는 옥으로 만든 의례용 도장) 등이 그것이다. 조선시대는 유교 사상을 통치의 기반으로 삼은 만큼 청빈한 삶을 숭상하는 정신이 미술 작품에도 스며 있지만 국력이 쇠약해가던 대한제국 시기에는 오히려 화려한 예술적 기법을 통해 실추된 왕의 권위를 드높이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이번 전시는 '금은보화: 권위와 화려함을 새기다' '불법의 빛, 장엄의 미' '금은보화: 가장 귀한 재료' '금은보화: 빛으로 그리다' 등 4개 전시장으로 구성되며 갤럭시 노트2와 고해상도 모니터를 활용해 관람객이 공예품의 세밀한 장식 기법과 문양을 보다 입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게 했다. 관람료 7,000원.

정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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