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은행의 공신력 먹칠하는 잇단 금융사고

지난달 말 기업은행에서 발생한 양도성예금증서(CD) 탈취 사건의 파장이 채 가시기도 전에 다시 국민은행과 조흥은행에서 850억원 규모의 CD 횡령사건이 터져 은행의 공신력이 말이 아니다. 특히 기업은행의 사고도 300억원으로 대규모지만 중간에서 실제 인수자에게 전달하지 않고 도주한 사건이었던 반면 이번에는 아예 은행 직원들이 가짜 CD를 위조하고 실물 CD는 자신들이 현금으로 할인한 후 해외로 잠적했다는 점에서 더 충격적이다. 은행의 내부 감시장치가 이토록 허술하고 금융인들의 모럴 해저드가 이처럼 심각하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사실 CD는 무기명인데다 거액으로 발행되는 만큼 범죄수단으로 악용되기 쉬운 측면이 있다. 그러나 CD 도난사건이 터져 금감원의 유통실태 점검이 있은 지 한달 만에 다시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은 감독체계에 무엇인가 큰 허점이 있다는 증거라 할 수 있다. 금감원은 사건이 발생하자 부랴부랴 금융기관이 보유한 4조원의 CD에 대한 진위검사를 실시해 이상이 없다고 밝혔으나 아직도 기업이나 개인이 보유한 18조원 상당의 CD는 각자 위변조 여부를 가려내야 할 판이다. CD의 속성상 만기 때에나 지급정지 여부 등을 알 수 있는 만큼 언제든지 가짜 CD로 인한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연루된 위조단이나 할인 단계의 공모자 등이 있다면 철저히 밝혀내야겠지만 은행들도 조달비용이 낮다는 이유 등으로 손쉽게 CD를 발행하는 관행을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최근 금융시장의 경쟁이 가속화하고 영업 여건이 악화되고 있음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동안 안이한 자금조달과 운영 방식에 안주한 결과가 오늘의 금융업을 어렵게 하고 있음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금감원과 금융회사들은 이번 사건을 거울 삼아 유사사고의 재발을 막을 수 있는 획기적인 대안을 마련해 은행의 공신력을 높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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